모처럼 볕 든 알뜰폰, 5G 시장서 퇴출 위기

노정연 기자 2021. 1. 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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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파격 인하 '신규 5G 요금제' 출시 대기
이번 주 요금제 승인 여부에 업계 촉각

[경향신문]

SK텔레콤이 출시를 준비 중인 신규 5G 요금제를 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한 요금제 출시는 반가운 일이지만 가성비가 주무기인 알뜰폰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이통3사에 5G 요금 인하를 압박해온 동시에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추진해온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가 지난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한 5G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월 3만원대에 데이터 9GB, 월 5만원대에 데이터 200GB, 월 6만원대에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해당 요금제를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하는 대신 유통과 마케팅 비용을 낮췄다. 현재 SKT 5G 요금제와 비교해 3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이 상품은 무약정 기반 요금제다. 25% 선택약정할인이나 단말기 공시지원금 혜택이 없다. 통신사들이 일반 요금제에 제공하는 가족할인이나 멤버십 포인트 혜택도 제외된다. 다만 무약정이기 때문에 가입과 해지가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족결합을 하지 않는 1인 단독회선 이용자나 멤버십 사용빈도가 적은 고객에게는 가성비 높은 상품이 될 수 있다.

이통3사 요금 인하와 동시에 알뜰폰 활성화 추진하던 정부 ‘난감’
알뜰폰 업계 “경쟁 어려워져, 타격 불가피”…망 임대료 인하 촉구

SKT의 신규 5G 요금제는 이통3사 간 5G 중저가 요금 다양화 경쟁을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3사의 5G 요금제가 상용화 이후 끊임없이 품질 대비 ‘고가’ 논란에 시달린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반가워할 일이다. 문제는 해당 요금제가 시중에 판매 중인 알뜰폰업계의 5G 요금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3사의 5G 요금제보다 저렴한 5G 유심 무약정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KT엠모바일은 월 3만원 후반에 1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슬림 M’과 월 6만원대에 2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스페셜 M’ 등 2종의 5G 유심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월 4만원대 9GB 데이터, 월 6만원대 18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유심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SKT의 신규 요금제가 예정대로 출시된다면 알뜰폰 업계는 무약정 고객을 두고 SKT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SKT의 통신비 인하 노력은 환영하지만 이들 상품이 출시되면 알뜰폰은 5G 시장에서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SKT의 5G 온라인 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를 알뜰폰들도 판매할 수 있도록 SKT가 알뜰폰 업체들로부터 받는 도매대가를 조정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주 중 SKT의 신규 요금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요금제 신고가 접수된 날로부터 15일 안에 인가 또는 반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려 기준 중에는 ‘다른 전기통신사업자에 전기통신서비스를 도매제공하는 대가에 비해 낮은 이용요금으로 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전기통신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가 포함돼 있다. SKT의 요금제가 알뜰폰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정부가 반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실리와 공정경쟁 보호 사이에서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며 “정부 결정에 따라 이통사들의 5G 중저가 요금 최저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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