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유혈진압' 거부한 중국 군 사령관 쉬친셴 별세

박은경 기자 2021. 1. 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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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강제진압 명령을 거부해 옥고를 치른 쉬친셴(徐勤先) 전 인민해방군 38군 사령관이 지난 8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10일 홍콩 라디오텔레비전(RTHK)와 명보 보도에 따르면 쉬 전 사령관이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에서 8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스자좡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봉쇄된 상태다.

RTHK에 따르면 쉬 전 사령관은 심각한 안질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으며 스자좡의 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었다. 당국은 인원을 파견해 병문안을 엄격히 제한하고, 방문객들의 사진 촬영과 녹화도 금지했다. 쉬 전 군장의 사망 소식은 이날 오후에서야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달됐다.

빈과일보는 당국이 쉬 전 사령관의 장례를 위해 베이징에 있는 그의 세 자녀가 스자좡을 찾는 것은 허용했지만, 친구들의 방문은 불허했다고 전했다. 또 ‘전 인민해방군 38군 사령관’이라는 표현을 묘비에 새기거나 장례식에서 언급하는 것도 불허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유혈 진압했다. 1만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최고 실권자이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의 구두 지시를 받아 강경파였던 양상쿤(楊尙昆)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전면에서 군을 동원해 유혈 진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이 내려진 후 쉬 전 사령관은 38군을 이끌고 톈안먼 광장에 도착했지만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지시를 거부했다. 쉬 전 사령관은 정치범 수용소인 베이징 친청(秦城) 교도소에 5년간 수감됐고, 당적도 박탈당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톈안먼 시위는 정치적 문제인 만큼 무력이 아닌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중국의 언론인 양지성에게 당시 명령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차라리 목이 베어 죽음을 당할지언정 역사적 죄인을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자 중 한명인 왕단(王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쉬 전 사령관의 말년 사진을 올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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