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지난해 FDA 승인 '0'
코로나19 여파 실사단 방문 어려워
美시장 진출 둔화 우려 목소리
임상시험 다수 진행에 밝은 전망 예측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내놓은 의약품에 대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의 수출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2020 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2020년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우리나라 기업의 의약품은 0개로 나타났다.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등 신약만이 아니라 복제약 등을 포함해도 지난해 FDA로부터 승인받은 우리나라 의약품은 전무하다.
지난 2003년 LG생명과학(현 LG화학)이 '팩티브'란 항생제 합성신약을 FDA로부터 승인받은 후 2019년까지 총 23개의 우리나라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지만 그 흐름이 중단된 것이다. 특히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 해 하나 이상의 국내 기업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9년에는 9개 의약품이 승인을 받았던 과거의 실적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의약품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FDA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신청을 심사하는 절차에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FDA는 의약품을 승인하기 전 현장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우리나라에 실사단이 방문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검토가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펙트럼은 2019년 10월 FDA에 롤론티스 시판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FDA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24일까지 심사가 이뤄져야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국 공무원 해외출장 제한 규정으로 인해 FDA의 경기 평택 바이오플랜트 실사가 성사되지 못한 탓에 잠정 연기통보를 받았다. 스펙트럼 측은 공장실사 외에 FDA 허가에 필요한 모든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SB8'도 허가 심사에 착수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허가 받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9년 9월 전이성 대장암, 비소세포폐암에 사용되는 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SB8'에 대한 서류 제출을 완료하고, 11월부터 FDA로부터 서류심사를 받았다.
FDA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심사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FDA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난 다음에 승인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확인하고 현장실사를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노력하고는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거대 의약품 시장인 유럽의 인허가 기관인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꾸준히 승인을 받는 우리나라 기업의 의약품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면장애치료제 합성신약 '수노시'가 파트너사를 통해 승인받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에이빈시오'에 대한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놓는 의약품에 대한 FDA의 승인절차가 늦어지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해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후속 신약이나 새로운 바이오시밀러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 바이오헬스 분야의 우리나라 수출액이 15조원을 돌파한 것은 바이오시밀러와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의 역할이 컸지만 이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드라마틱하게 수출액을 늘리려면 FDA에서 판매허가를 받는 신약들이 다수 나오고 이로부터 판매금액이 의미있게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과 연구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 건수가 많기에 앞으로의 바이오헬스 분야 전망이 더욱 밝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2019년 기준으로 제약바이오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은 538건이며, 연구자들이 진행하는 임상시험은 176건으로 전체 임상시험은 714건에 달한다. 이 중 상업화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건만 해도 209건에 달한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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