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후의 세상읽기]힘들다 말할 수 있는 회사가 성공한다

김현아 2021. 1. 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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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

정말 많은 기업을 만나고, 기업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모습과 현재를 비교하고, 그들이 어떻게 기업을 일궈나갔는지를 곱씹어 보았습니다. 성공하는 회사, 망하는 회사, 그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기업을 일궈나가는 과정을 보면 그 인과관계가 너무나 또렷하고 너무나 명쾌합니다.

저는 착한 회사와 함께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10년 동안 기업들과 일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카카오와 배민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제가 카카오와 처음 일하던 시점 카카오는 이름도 카카오가 아니었고, 아이위랩이라는 회사로 적자가 엄청 큰 자본잠식에 가까운 회사였습니다. 그리고 배민도 20명 조금 남짓한 아주 작은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카카오와 배민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으며 또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회사들의 공통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CEO(또는 오너)가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CEO의 성품이 가장 중요합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기는 CEO가 있는 반면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새벽에 인사팀장에게 “그놈 짤라라! 죽여버려라”라는 카톡을 서슴치 않고 날리는 CEO도 보았습니다(그 회사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회사입니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또 어느 CEO는 살생부를 인사임원에게 넘겨주고 빨리 정리하라고 독촉을 합니다. 그 직원들의 면면을 보니 전직장에서는 인정받으며 스카웃 되어 온 인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직원은 갑자기 무능력하고 나쁜 직원이 된 것일까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그런 회사들을 보면 몇몇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물론 인사원칙보다는 그 소수의 사람들의 감정상태에 의해서 직원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는 공통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절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불안한 직원들이 어찌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어찌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을까요? 훌륭한 경영자는 쓴 말을 잘 받아들입니다. 듣기 싫은 말을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직원들의 감정을 읽으려고 애씁니다.

이렇게 직원들을 우습게 아는 회사의 오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바로 ‘건방짐’입니다. “나 돈 많다”라는 말은 기본이고, 사람 하나 짜르는 것은 그냥 일상으로 생각합니다. 회사의 일이 중심이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가 중심이됩니다. 그러다 보니 경영자의 눈에 들기 위해 아부를 떠는 직원들이 권력의 중심으로 가고, 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은 그저 희생당하기만 하더군요.

감정에 의해 생사가 좌지우지되니 높은 분(?)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 최선을 다합니다. 어찌 이런 회사의 직원들이 세상이 인정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마음 속에서는 욕을 하며 겉으로는 웃는 척하는 직원들이 많은 회사는 반드시 망합니다.

또한 이러한 회사 경영자들의 특징이 있더군요.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매우 민감합니다. 아마 욕먹을 짓을 하면서도 욕먹는 것은 극도로 싫은가 봅니다. 반응도 거의 비슷합니다. “그놈 찾아내라!”로 시작합니다. “찾아서 고소하라!”라는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한마디로 부끄러운 것을 모르는 것이죠. 자고로 CEO의 기본덕목은 부끄러움을 살피는 힘이 강해야 합니다. 한자로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거죠.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자가 경영자로 있으면 회사는 염치 없는 회사가 되버립니다.

배민의 멋진 문화를 만들어낸 한명수 상무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문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고, 힘든 것을 안 힘들다고 말하면서 기업의 문화는 썩어가기 시작합니다.

속내를 보이고, 터놓고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성공하는 회사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관점디자이너 박용후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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