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쓸통]상속액 39조 중 세금은 3조뿐..'상속세 논란' 왜 뜨거울까

김진욱 2021. 1. 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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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올해 상속세제 연구 용역 예정" 발언에
반응 뜨거워.."징벌적 상속세제 손보자" 주장도
2019년 총 39조 상속돼..매겨진 세금은 '3조'뿐
비과세 상속액이 절반, 8400명이 3억씩 세금 내
세율 인하 어렵다면 '가업상속공제'라도 손봐야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1.01.0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상속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정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부결 건으로 개선 방안 검토가 요청됐고, 올해 연구 용역을 맡기게 돼 있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5일 '2020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 사전 브리핑 현장에서 꺼낸 발언의 파급력은 컸습니다. 즉시 '정부가 절반(세율 50%)이나 떼는 상속세제를 손본다'는 기사가 쏟아졌고, 일각에서는 "이제 한국의 징벌적 상속세제를 손볼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명목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입니다. 최대 주주 할증 평가를 적용하면 세율은 60%로 올라 세계 1위가 됩니다. "상속세제가 기업 승계를 가로막아 한국 경제를 후퇴시킨다"는 비판마저 제기됩니다.


한국의 상속 상황이 어떻기에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 것일까요.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지난 2019년의 상속세 신고·결정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에는 34만5290명이 총 38조8681억원의 재산을 물려줬습니다. 여기에 매겨진 결정 세액은 2조7709억원. 총상속액 대비 세액 비율은 7.1%에 불과합니다. 50%라는 명목 세율과는 차이가 큽니다. 이렇게 보면 '징벌적 상속세제'라고 부르기 민망해 보입니다.

문제는 '면세점'(세금 면제 기준이 되는 한도)입니다. 과세 기준에 도달하지 않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상속액이 전체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19조1127억원입니다. 전체 피상속인의 97.6%인 33만6933명이 이에 해당합니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8357명(2.5%)이 상속액의 절반 이상을 물려준 것입니다.

33만6933명은 면세점 이하이므로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세액 2조7709억원을 8357명이 나눠 낸 것입니다. 1인당 부담한 세금은 3억3157만원 꼴입니다. 1인당 상속세액은 그리 크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이 8357명에는 세율이 20% 아래(과세 표준액 5억원 이하)인 납세자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국세통계연보는 과세 표준액 구간별 인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구체적으로 몇 명이 세율 50%(과세 표준액 30억원 초과)를 적용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과세 표준액이 커 세금을 많이 낸 납세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속세제가 징벌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입니다.

과세 당국은 상속세제가 기업의 승계를 방해하지 않도록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연 매출액 3000억원 이하 중견기업의 최대 주주가 사망해 해당 주식을 그 자녀가 물려받을 때 재산 가액에서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제도입니다.

과세 표준액을 줄이기에 좋은 제도이지만, ▲상속인이 상속 개시일 이전에 2년 이상 가업에 직접 종사해야 하고 ▲상속세 신고 후 2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하며 ▲상속 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에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해서는 안 되고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의 평균 고용 인원이 기준 인원의 100% 이상이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로워 실제 이용은 저조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2016년 76건→2017년 91건→2018년 103건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던 가업상속공제 신청 건수는 2019년 88건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기재부가 연구 용역을 통해 상속세제를 다시 들여다본다고는 하지만, 세율 인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속세율 인하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재현 실장은 "상속세제를 완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속세율 인하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더 많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상속세율 인하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상속세율 인하가 어렵다면 가업상속공제 요건이라도 완화해 재계 상속인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경제 전문가의 제언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정서상 정부가 '부자들이 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겠다'는 얘기를 꺼낼 수 없는 점은 인정하지만, 일부 납세자에게 가해지는 세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지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현실화할 필요는 있다"고 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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