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이자놀음', 어떻게 일본인 대지주를 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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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구마모토 리헤이란 일본인이 소유했던 토지 규모의 변화다.
1913년 이주한 다우에 타로 역시 같은 방식으로 225정보(67만5000평)의 토지와 500여 명의 소작농을 거느리 대지주로 빠르게 변신할 수 있었다.
보고서는 "(구마모토, 다우에, 오사와 신조, 니시무라 미츠오 등) 화호리에 이주한 일본인들은 저금리로 융자를 받아 대규모로 땅을 사들이거나 고리대금업을 통해 농토를 빼앗아 조선의 자작농이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데 일조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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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구마모토 리헤이란 일본인이 소유했던 토지 규모의 변화다. 20여 년 만에 토지를 15배 넘게 불려 전북 지역 최대지주로 군림했다. 1903년 한국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그가 대지주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은 일제의 농촌수탈에 맞닿아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고리대금업과 고율의 소작료다.
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일제강점기 농촌수탈의 기억 화호리Ⅰ’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김제평야에 면해 있고, 교통의 요충지여서 일제의 농업이민정책 최적지로 간주되어 일찍부터 일본인이 유입된 전북 신태인읍 화호리의 사례를 통해 일제의 농촌 수탈 과정을 들여다 봤다.
◆일본인의 고리대금, 토지 약탈의 시작
당시를 기억하는 화호리 주민의 증언은 농촌침탈의 시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본인들은 식산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받은 종잣돈으로 고리대금업을 했다.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의 토지가 약탈의 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1913년 이주한 다우에 타로 역시 같은 방식으로 225정보(67만5000평)의 토지와 500여 명의 소작농을 거느리 대지주로 빠르게 변신할 수 있었다. 보고서는 “(구마모토, 다우에, 오사와 신조, 니시무라 미츠오 등) 화호리에 이주한 일본인들은 저금리로 융자를 받아 대규모로 땅을 사들이거나 고리대금업을 통해 농토를 빼앗아 조선의 자작농이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데 일조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화호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개항장인 대도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의 80∼90%가 대금업을 할 정도로 성행했다. 더불어 구한말 지방관들의 수탈로 농민들이 토지를 급하게 팔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일본인들이 손쉽게 땅을 불려 갈 수 있는 원인이 됐다.
토지를 빼앗기고 소작농이 된 한국인들은 가혹한 조건 속에서 농사를 지어야 했다. 특히 고율의 소작료에 시달렸다. 구마모토는 전북 김제군 신용리 일대에서 운영했던 농장에서 1평당 벼 1.35근의 소작료를 거둬들였다. 1.10∼1.30근에 이르는 다른 지주에 비해 가장 고율이었다. 하지연 이화사학연구소 연구원은 “구마모토 농장은 60∼70%에 달하는 고율의 소작료 수취는 물론이고 대부 비료에서도 농장은 차익을 챙기고 농장의 지시를 조금이라도 어기면 구타까지 했다”며 “근대적 합리성을 갖춘 경영이라기보다는 봉건적 수탈에 가까운 폭압성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구마모토는 왜 무료 진료소를 설치했을까
구마모토가 진료소를 설치한 이유는 뭘까. 하지연 연구원은 소작 쟁의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이미지 연출’로 분석했다. 그는 “쟁의대책에서 구마모토는 사후약방문이나 극단적 상황까지 치달은 후의 부득이한 합의보다는 자신이 조선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우호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며 “각종 학교, 의료 혜택 등의 시혜적 활동을 내세워 쟁의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 함한희 전북대 교수는 “소작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책략의 하나로 자혜진료소를 설치했다는 설이 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한 탐구가 필요하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사진 출처=‘일제강점기 농촌수탈의 기억 화호리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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