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취약노동자 산업재해는 더 늘어"..임상혁 녹색병원장 인터뷰

이진한 2021. 1. 1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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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실직사태에 취약노동자 경제적 어려움 커져
"산업재해는커녕 지병 치료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반값 치료' 활동 등 지원 나서
"처음부터 산업재해 발생 않도록 작업환경 개선 필요"
임상혁 녹색병원장(56) <사진=이진한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더욱 취약해졌습니다. 특히 비대면 경제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택배, 배달노동자들의 산업재해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56)은 지난 6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산업재해 유형에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임 원장은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처지인 취약노동자들은 4대보험 같은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며 "일자리도 쉽게 잃어 경제적으로 취약해져 산업재해는커녕 지병마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처지도 많다"고 덧붙였다.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녹색병원은 1988년 불거진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투쟁'을 계기로 세워졌다.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태는 공장에서 사용하던 이황화탄소로 약 1000명의 노동자가 직업병을 앓고 그 중 245명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촉발됐다. 당장 아픈 환자들을 치료해가면서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1999년 경기도 구리에 원진녹색병원이, 2003년 현재 위치에 서울 녹색병원이 설립됐다.

임 원장은 녹색병원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을 병원과 함께 보냈다. 1988년 학생 신분으로 처음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피해자들을 만난 그는 1994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서울 구로동에 있던 '노동자 중심 병원' 구로병원에서 첫 의사 생활을 했다. 이후 직업병과 관련한 전문성을 쌓기 위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과정을 거쳐 1999년 원진녹색병원 설립과 함께 합류했다. 2003년 녹색병원 개원 후에는 같은 건물에 있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활동도 병행하다 지난 2019년 6월부터 3대 원장직을 맡고 있다.

녹색병원은 이러한 설립 취지에 맞게 일반 병원보다 산업재해 환자 비율이 많다. 임 원장은 "통상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산업재해 피해 환자의 비율은 연간 7~8% 정도"라며 "다른 병원은 1%가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가락 절단 등 초응급환자의 경우 가까운 병원으로의 이송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외과 수술 환자는 적지만 진폐증, 뇌출혈, 뇌경색, 근골격계 질환 등은 물론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정신질환 치료도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녹색병원 또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파를 직접 마주하고 있다. 임 원장은 "'병원은 감염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라는 인식이 크다 보니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급변하면서 운영이 한층 더 어려워진 점은 맞다"면서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 오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설립한 병원인 만큼 지역 사회와 함께 소외계층을 보살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병원은 실제 지난해 9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적은 부담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반값 진료' 활동을 시작했다. 중위소득 100% 이내에 해당하는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소속 노동자와 직계가족들이 녹색병원에서 외래 진료나 입원, 수술 등을 받으면 진료비의 50%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0월에는 인권침해나 농성 등으로 건강을 잃은 이들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인권치유 119'를 만들었다.

임 원장은 산업재해 치료와 별개로 처음부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병원 산하 기관인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하던 시절 시민단체와 함께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에 앞장서면서 직접 변화를 이끈 경험도 있다. 그는 "지난해 이슈가 됐던 택배상자 손잡이 이슈처럼 직업병의 원인 대다수는 작업 환경에 있다"며 "노동자가 건강해지려면 좋은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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