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붕어빵집이 사라졌다"

신미진 2021. 1. 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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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40% 오른 팥.. 재료값 인상 부담
붕어빵 판매처 찾아주는 앱도 등장
"창업 문의는 3배 늘어..씁쓸한 코로나19 풍경"
[매경DB]

# 겨울철 간식 마니아인 김모(24) 씨는 요즘 매주 수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집 근처에 붕어빵 노점상이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어렸을때는 신호등마다 붕어빵 노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오히려 찾아다녀야할 정도로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겨울철 노점상이 자취를 감췄다. 대표적인 업종은 붕어빵이다. 붕어빵 노점이 있는 곳을 찾아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정도다. 무허가 점포 단속 강화로 노점상이 줄어든 데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올라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붕어빵 노점 왜 사라졌을까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붕어빵의 핵심 재료인 국산 팥 도매(40㎏) 가격은 44만4750원으로 1년 전(31만원)보다 43.4% 올랐다. 수입산 팥 가격도 23만1600원으로 30% 가량 뛰었다. 지난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에 콩 수학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원재료 값이 오르면서 노점상 수익은 나빠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길거리 음식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것도 한 몫했다. 한 붕어빵 노점상은 "수익이 좋을 땐 하루 8시간 일하고 10만원을 벌었는데, 요즘엔 6만원도 간신히 가져간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겨울간식 지도. [사진 출처=당근마켓]

노점상을 찾아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군밤과 군구고구마, 붕어빵 등의 판매처를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고 검색할 수 있는 '겨울간식 지도'를 만들었다. '동네생활' 게시판에서 겨울철 먹거리 판매처를 묻고 답하는 이웃들이 급증한 것에 착안한 서비스다. 이밖에 '가슴속3천원' 등 노점상 위치를 알려주는 앱들도 스토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직접 붕어빵을 만들어먹는 홈베이킹족도 생겨났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반죽을 부어 붕어빵 모양대로 구울 수 있는 '붕어빵 팬'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105% 증가했다. 반죽용 붕어빵 믹스와 팥 앙금 판매량도 각각 88%, 820% 늘었다.

◆ 코로나에 창업문의 3배 껑충

노점상을 찾아보긴 힘들어졌지만 창업 문의는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로 폐업을 하거나 매출이 떨어진 자영업자들이 붕어빵 장사에 나서는 것이다. 붕어빵 노점상의 경우 서울 기준 초기 창업비용 30만원만 내면 집기를 무상으로 대여해줘 문턱이 낮다. 실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헬스장 문닫고 붕어빵 장사합니다", "1층 호프집인데 밤 9시 이후에는 가게 앞에서 다코야키 팔고 있네요" 등이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다만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한 붕어빵 노점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올 겨울에는 작년에 비해 창업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며 "10건의 문의 중 2~3건만 창업으로 이어지고 나머지는 하소연만 하다가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것 같아 씁슬하다"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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