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아들 회사에 수십억 영업권 지원한 KPX그룹 덜미

중견 화학그룹인 KPX그룹이 핵심계열사의 수출 영업권을 총수 아들의 개인회사에 무상으로 넘겨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습니다.

공정위는 오늘(10일) KPX그룹 소속 진양산업이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베트남 현지 계열사 '비나폼'에 대한 스펀지 원료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6억3천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의 장남 양준영 KPX홀딩스 부회장이 지분 88%를 보유한 총수 일가 개인회사입니다.

진양산업은 2015년 8월 스펀지 원료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의 수출 영업권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넘겼습니다.

이 의사결정은 진양산업과 씨케이엔터프라이즈 두 회사에서 동시에 근무하던 임원이 내린 것인데 평가금액 36억7천700만 원에 이르는 영업권을 넘기면서도 계약체결이나 대가 지급은 없었습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또 영업권을 넘긴 이후에도 1년 넘게 회사에 실무 인력 없이 다른 계열사 직원이 수출 업무를 대신 수행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거래 결과로 수출업 경험이 없던 부동산 임대회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사업기반과 재무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2012년부터는 기존 매출의 12~22배에 이르는 매출이 수출거래에서 발생했고, 영업이익도 영업권 양수 이전에는 1억 원을 넘지 못했는데 이후에는 약 14억 원으로 18배가량 늘었습니다.

공정위는 스펀지 원재료 수출시장에서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아무런 노력 없이 독점적 사업자의 지위를 형성한 반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진입은 봉쇄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수출업을 통해 쌓은 현금을 그룹 지주회사 KPX홀딩스 지분 확보에 활용해 대주주인 장남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쓰였다고 공정위는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지원 주체인 진양산업에 13억6천200만 원, 지원을 받은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2억7천300만 원 등 총 16억3천500만 원의 과징금을 물렸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석민수 기자 (m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