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X, '장남 회사'에 독점 사업 공짜로 넘겨..공정위 철퇴

김진욱 2021. 1. 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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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화학 그룹 KPX 계열사가 총수 장남 회사에 독점 사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PX 총수 장남 회사가 이 사업권에서 나온 수익으로 지주사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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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X 계열 진양산업, 베트남 스펀지 수출권을
장남 회사 'CK엔터'에 어떤 대가도 없이 이관
2011년 매출액 3억서 2018년 77억으로 성장
지주사 지분 매입 재원 돼..경영권 승계 발판
[세종=뉴시스] KPX홀딩스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웹사이트 캡처)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중견 화학 그룹 KPX 계열사가 총수 장남 회사에 독점 사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PX 총수 장남 회사가 이 사업권에서 나온 수익으로 지주사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10일 "KPX 계열사 진양산업이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의 장남 양준영 KPX홀딩스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CK엔터프라이즈에 '폴리우레탄 폼(스펀지) 원료의 베트남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한 행위'에 시정(향후 금지) 명령과 과징금 총 16억3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과징금 한도치다.

진양산업이 CK엔터프라이즈에 제공한 사업권은 KPX 현지 법인에 연간 수십억원어치의 원료를 독점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부당 지원 행위로 인해 CK엔터프라이즈는 아무런 노력과 인적·물적 기반 없이 시장에 신규로 진입, 독점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누린 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진양산업은 폴리우레탄 폼 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국내 업체에서 구매한 뒤 40% 이상의 이윤을 붙여 베트남 현지 법인 비나폼(Vinafoam·진양산업 100% 자회사)에 수출해왔다. 비나폼은 이 원·부자재로 폴리우레탄 폼을 생산해 베트남에 있는 한국 신발 제조사 창신·태광실업 등에 납품했다.

진양산업은 비나폼에 수출하던 자재 중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의 수출 영업권을 지난 2012년 4월~2015년 8월 CK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PPG는 폴리우레탄·계면 활성제·브레이크유·부동액 등의 원료로 한국에서는 KPX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국바스프·MCNS 4개사가 생산한다. 공정위는 PPG 수출 영업권의 가치를 36억7700만원으로 평가했다.


PPG 수출 영업권 이관 결정은 2개 회사 모두에서 재직하던 임원에 의해 이뤄졌다. 관련 계약 체결이나, 대가 지급은 없었다. 심지어 PPG 수출 영업권을 넘겨받은 CK엔터프라이즈는 실무 인력이 없어 2016년 12월까지 다른 계열사 직원에게 해당 업무를 대신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PPG 수출 영업권 이관으로 CK엔터프라이즈는 급성장했다. 2011년 CK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은 부동산 임대업에서 나오는 3억2700만원에 불과했지만, PPG 수출 사업을 시작한 이듬해 43억7400만원으로 13배 이상 뛰었다. 2012→2018년 부동산 임대업 매출액은 3억3100만→3억400만원으로 제자리걸음이었지만, PPG 수출 매출액은 40억4300만→67억9500만원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진양산업의 PPG 수출 영업권 무상 이관이라는 부당 지원 행위가 공정 거래 저해성을 초래했다고 봤다. CK엔터프라이즈는 베트남 현지 한국 신발 제조사에 납품되는 PPG 수출 시장에 무혈 입성해 독점 사업자가 된 반면 수출업을 영위하는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봉쇄됐다는 판단이다.

PPG 등 원료 수출 사업은 가공 절차 없이 생산업체 공장에서 베트남 현지로 바로 이동되므로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수출업 특성상 진입 장벽도 낮다.

특히 부당 지원받은 PPG 수출 영업권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CK엔터프라이즈는 이 수익으로 지주사인 KPX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섰다. PPG 수출 영업권이 양준영 부회장의 KPX 경영권 승계 발판에 이용된 셈이다.

공정위는 "무형 자산 중 영업권 부당 지원 행위를 최초로 시정했다. 이번 조처는 SPC·창신에 이어 법 위반 감시의 범위를 중견 기업 집단으로까지 넓혀 건전한 경쟁 질서 확립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중견 기업 집단의 부당 지원 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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