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마저 넘보는 코스피 급등세에 우려 목소리 나오는 이유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0.50포인트(3.97%) 오른 3142.18에 마감됐다. 새해 들어 4거래일 동안 급등세를 이어가며 3000을 돌파한지 하루만에 또 급등장이 펼쳐진 것이다. 장중에는 3161.11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국 증시가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지만, 당국에서는 환호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발표한 '2021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의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금융시장은 흔들림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으나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며 "올해 더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금융 부문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자리를 통해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잠재된 리스크가 올해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올해 금융권의 위기관리 능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설 것이다. 모든 것을 재설정한다는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지만, 이게 실물 경제 구석구석으로까지 온기를 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작년 10월 시중 통화량(M2 기준)은 3150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7% 증가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은 늘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본격화된 작년 3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국내 취업자 수는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8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다시 쓴 것이다. 길거리 경기도 마찬가지다. 이번 겨울 들어 감염병의 세 번째 유행 영향으로 작년 12월 둘째주부터 넷째주까지 3주 연속 전국 소상공인 점포 매출이 연간 최저치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한국신용데이터에 집계됐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일부 산업군은 특수를 누렸다. 비대면(언택트) 트렌드로 호황을 누린 인터넷·반도체 업종이 대표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NAVER의 작년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1조1607억원으로 전년보다 63.46% 많은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8일 발표한 작년 영업이익은 35조95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46% 늘었다.
호실적에 유동성까지 더해지며 8일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5900원(7.12%) 오른 8만8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한 우려로 증시가 저점을 찍은 작년 3월 19일의 4만2950원과 비교하면 106.75%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NAVER도 주가가 116.67% 상승했다.
문제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채로 주가만 크게 오른 기업이 더 많다는 점이다.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결과로 각종 지수에 편입된 뒤 펀드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주가가 더 오르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피로나리딘·아르테수네이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풍제약은 지난 8일 13만1500원으로 마감돼 작년 3월 19일의 6610원 대비 1889.41% 올랐다. 그러나 피라맥스에 앞서 코로나19 치료제로의 개발 기대감이 형성됐던 또 다른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이미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에서 타락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작년 6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했다.
이처럼 주가를 밀어올린 돈 중에는 개인투자자들이 낸 빚도 포함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지난 7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20조1223억원이다. 코로나19 1차 유행이 한창이던 작년 3월 25일의 6조4075억원의 3배가 넘는다. 신용융자를 통해 산 주식의 가격이 하락해 담보가치가 위협받으면 증권사는 강제로 보유 주식을 매도해 신용을 거둬들이면서 하락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멈출 줄 모르는 증시 폭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말과 올해 초의 급등으로 인해 단기과열·밸류에이션 부담과 연속 상승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며 "과거 9주 이상 연속 상승 이후 쉬었다 갈 경우 강한 2차 상승추세가 전개됐지만, 단기 조정 없이 오버슈팅이 강해질 경우 추세 반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작년 11월 첫째주부터 올해 1월 첫째주까지 10주 연속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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