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 지식인의 안이 [책에서 만난 문장]

김용출 2021. 1.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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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너무 느리게 일어나서 알아채기가 힘들지만, 파괴는 너무 빠르게 일어나서 무시하기가 어렵다. 하루아침에 벌어진 비극은 많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기적은 흔치 않다."

-Morgan Housel, The Psychology of Money. Harriman House Ltd.; 이지연 역(2021). [돈의 심리학], 서울: 인플루엔셜, 297쪽.

개혁이거나 진보가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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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너무 느리게 일어나서 알아채기가 힘들지만, 파괴는 너무 빠르게 일어나서 무시하기가 어렵다. 하루아침에 벌어진 비극은 많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기적은 흔치 않다.”

-Morgan Housel, The Psychology of Money. Harriman House Ltd.; 이지연 역(2021). [돈의 심리학], 서울: 인플루엔셜, 297쪽.

사실 얼마 살지 않아 이런 말 한다는 게 조금 어색하지만, 살아온 한국 현대사를 조금 되돌아보면, 개혁의 과정이나 순간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늘 고통이거나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많은 비판과 논란 속에서 의미를 쉽게 잃기도 했다. 반대파의 비판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중도적이거나 지식인 사회, 같은 진영 내에서조차 비판이 쉽게 나올 때에는 더욱 그렇다. 개혁이거나 진보가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혁명이나 쿠데타보다 개혁이 저평가 받는 이론적, 사상적 배경에는 낙관주의에 대한 저평가와 비관주의에 대한 고평가도 자리할 것이다. ‘비판적 지성’이라는 구호 속에서 우리는 대체로 낙관주의보다는 비관주의에 더 주목해 왔으니까. 낙관주의는 종종 리스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밀(John Stuart Mill) 역시 이미 1840년대에 이런 현상을 갈파했던 것 같다. “남들이 절망할 때 희망을 갖는 인물이 아니라 남들이 희망에 찰 때 절망하는 인물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현자로 추앙받는다.”(291쪽)

하지만 일정한, 아니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에야 우리는 개혁이나 진보가 혁명이나 쿠데타보다 더 많은 것을 안정적으로 바꿨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당시에는 변화의 큰 산이나 심연을 보지 못하다가 시간과 세월이라는 진리의 소중한 동반자가 나타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진실은 자주 늦잠을 잔다. 그런 점에서 비관주의도 소중하지만, 길게 크게 내다보는 안목과 낙관주의 역시 소중하다. 죽은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이 허깨비처럼 사는 오늘의 우리를 혼낸다.

“늘 이렇게 명랑하십니까.” 2004년 호킹을 인터뷰하던 [뉴욕타임스] 기자가 물었다. 그는 명랑하게 다시 답했다. “스물한 살 때 나는 기대치가 0이 됐습니다. 이후로는 모든 게 보너스지요.”(301쪽)(2021.1.10)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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