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센터 현실, 벌레 물그릇+곰팡이 사료..불법 안락사까지(동물농장)

서지현 2021. 1. 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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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지현 기자]

동물보호센터의 빛과 그림자가 폭로됐다.

1월 10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서는 지자체 위탁 동물보호센터의 현실을 조명했다.

앞서 지난 8월 방문한 A동물보호센터에서는 바짝 마른 강아지나 피부병을 앓고 있는 녀석들뿐이었다. 특히 이날 안락사를 앞둔 강아지는 97명이었다고. 심지어 안락사 당한 강아지들의 사체 사이에선 살아있는 녀석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문제는 안락사에 쓰인 적합한 약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앞서 운영지침상 안락사를 할땐 마취제를 사용하게 돼 있다. 그러나 안락사를 담당한 수의사는 멀리서 안락사를 위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한 도구를 사용했다. A센터 담당 공무원은 "사나운 개는 저렇게 해야 된다. 사람을 물 수도 있지 않냐"고 주장했다.

B동물보호센터의 안락사 영상도 공개됐다. B센터 관계자는 "마취를 하지 않고 그냥 찔렀다. 막대기 같은 대형 주사기를 사용한다. 유기견들이 입질을 하지 않냐"고 말했다. 심지어 B센터에서 안락사를 시행할 당시 담당 공무원이 입회했던 현장이었다고.

이를 본 이혜원 수의사는 "이거는 그냥 죽이는 거다. 안락사라고 할 수 없다"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안락사 주사제를 투입하면 내 심장이 멈추는 그 과정을 느끼면서 죽게 된다. 죽을 때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심각한 학대"라고 꼬집었다.

또한 B센터 관계자는 "공고를 올리고 정상적으로 정리를 해야 되는데 그냥 불법으로 안락사를 진행한다"고 폭로했다. 이에 더해 민원전화가 귀찮다는 이후로 새끼 강아지들의 입양 공고조차 올리지 않은 채 불법 안락사까지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고.

심지어 안락사 과정은 보호소 속 강아지들이 지켜보는 상황 속에서 진행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B센터 관계자는 "안락사 한 날은 강아지들이 밥도 안 먹는다. 알고 있는 거다. 안락사를"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혜원 수의사는 "개들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동료를 죽인 것에 대해 엄청난 공포심을 느낀다. 상당 시간 트라우마를 갖고 살 것"고 설명했다.

현재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 학대 등의 금지에 따르면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불법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B센터 관할 군청 측은 "그때 안락사를 담당한 공무원은 이제 자리에 없다. 현재 경찰 조사 중"이라며 "마취제를 사용하고 안락사 약을 주입하게 돼 있는데 마취를 하지 않고 안락사 약을 주입한 게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안락사는 21.8%인 반면 자연사는 24.8%에 달하는 의아한 상황이라고. 이를 본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그 짧은 기간 동안 (보호소) 안에서 자연사한다는 건 성립될 수 없다. 말이 자연사지 그냥 병사"라고 지적했다.

C동물보호센터 역시 유기견들은 최소한의 바람막이도 없는 뜬장에 위태롭게 방치돼 있었다. 유기견들의 물그릇엔 벌레 유충들이 가득하거나 배식되는 사료 역시 곰팡이 투성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D동물보호센터도 마찬가지였다. D센터는 식용을 목적으로 한 사육견 견사 옆에 보호견 견사를 배치해 의문을 안겼다. D센터 관할 공무원은 "이 곳에 와본 적이 없다. 잘할 거라고 믿었다"고 답했다.

E동물보호센터도 보호견 견사 옆에 새끼 강아지 경매장과 품종견 번식장을 함께 운영 중이었다. 조희경 대표는 "위탁 업체를 선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 보니 개 농장이라든가 개 경매장이라든가 그런 곳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개를 통해서 상업적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이 사업을 하면 보호소에 들어오는 큰 개들은 식용으로 유통될 수 있고 작은 품종견은 번식용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동물보호센터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보호소와 시의 지원을 받아 민간에서 운영하는 위탁보호소로 나뉜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는 유기동물 수용시설이 마땅치 않은 상황. 이에 따라 위탁 업체 부족으로 개농장이나 번식장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에 대해 가장 큰 원인으로 유기견 급증이 꼽혔다. 유기견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위탁 시설이 마땅치 않거나 비용 문제 등으로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 정희선 사무관은 "현재 안락사 문제를 비롯해 예민한 부분들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은 상황"이라며 "직영보호센터 설립을 추진해 30~40%를 지원하고 추후 동물복지전담 기관을 설립해서 정부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SBS 'TV 동물농장')

뉴스엔 서지현 sjay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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