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죽음 불사한 한국 첫 사제의 신앙고백

도재기 선임기자 2021. 1. 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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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한국 첫 가톨릭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삶과 영성을 성찰하는 관련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성 김대건 신부의 초상, 오른쪽은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 신부의 생가가 있는 충남 당진 솔뫼 성지를 찾아 기도하는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삶과 영성 되새기는 책 잇단 출간, 성지순례 등 행사도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1846년 8월,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1821~46)가 감옥에서 취조를 당하던 중 받은 질문이다. 천주교 박해가 심하던 당시라 이를 인정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김 신부는 주저없이 답했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김 신부는 결국 다음 달 16일 새남터에서 순교한다. 그의 나이 25세, 중국 상하이에서 신부 서품을 받은 지 1년 째였다. 김 신부의 한 마디 대답은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죽음마저도 거리낌 없는 신앙고백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교황은 그를 ‘복자’로(1925년), 1984년엔 성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로 전 세계에 선포했다.

올해는 성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이다. 유네스코 선정 ‘2021년 세계 기념인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에 맞춰 김 신부의 삶과 신앙 등을 살피고 현재적 의미를 되새기는 도서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다양한 기념행사도 준비되고 있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펴낸 개정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는 최근 육필 원고가 포함된 자료집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 개정판을 펴냈다. 김 신부가 생전에 작성한 21통의 서한 중 현존하는 19통(필사본 포함·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소장) 등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연구소가 지난 1996년 펴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 <성 김대건 신부의 활동과 업적> <성 김대건 신부의 체포와 순교> 등 3권의 전기 자료집 중 먼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 연구성과를 반영, 개정판을 낸 것이다. 조한건 신부는 “자료집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신자들을 위한 번역본, 연구자들을 위한 탈초본을 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공개할 예정”이라며 “향후 나머지 자료집의 개정판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염수정 추기경은 개정판 축사에서 “개정판 출간은 한국 교회의 모든 성직자·수도자·신자들의 영적 쇄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평등과 박애, 이웃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보여준 신앙 선조들의 모범을 본받아 새로운 교회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는 단행본 출간도 이어지고 있다.

생활성서사에서 출간된 ‘성 김대건 바로 살기’와 ‘성 김대건 바로 알기’.


최근 <성 김대건 바로 알기> <성 김대건 바로 살기>(이상 생활성서사)가 나왔다. 김정수 신부가 쓴 <성 김대건 바로 알기>는 탄생부터 마카오에서 유학, 2만여㎞에 이르는 여행 등 선구자적인 세계인이자 당대 지식인이기도 한 김 신부의 일대기와 행적, 각종 정보를 역사적 사료와 함께 풀어냈다. <성 김대건 바로 살기>(생활성서사 지음)는 성인의 생애와 영성을 직접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묵상 기도서다. ‘대를 이은 신앙’ ‘성모 신심’ ‘기도하는 사람’ ‘성인이 남긴 것’ 등 모두 26개의 주제로 나눠 매주 한 주제씩 묵상하도록 구성됐다.

성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찾아 묵상한 김성태 신부의 ‘나는 씨앗입니다’와 어린이들을 위해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나는 씨앗입니다>(책밥상)는 김성태 신부가 성인과 관련된 현장 발자취들을 직접 답사하며 성인의 삶 속에 씨앗처럼 담긴 여러 이야기들, 충청도 내포 지역의 박해 역사, 자신의 묵상 내용 등을 담았다. 유흥식 대전교구장과 이해인 수녀가 추천사를 썼다. 어린이들을 위한 <우리나라 가장 먼저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김영 지음·신슬기 그림/도토리숲)도 출간됐다. 김 신부의 삶을 생생한 입말체 글, 파스텔톤의 그림으로 담아냈다.

오는 10월엔 김 신부의 정본 전기도 출간된다. 한국교회사연구소와 김영사는 ‘김대건 신부 전기(傳記) 출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영사 고세규 대표는 “성인의 정본 전기를 통해 믿음의 본질을 되새기고, 향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만화로도 출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기는 이충렬 작가가 집필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올해 11월 말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정했다.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 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선포했다. 또 천주교 전국 각 교구에서도 미사와 학술대회, 탄생지인 충남 당진의 솔뫼 성지 등을 비롯한 주요 성지순례 프로그램같은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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