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전월세금지법' 시행.. 실수요와 전세난 사이 딜레마
다음 달부터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내 분양아파트들에 의무거주가 적용되는 일명 '전월세 금지법'이 시행된다.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실거주 의무 요건이 부과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전월세 공급을 줄여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늘리고 규제 강도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의무 거주 기간은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 주택 시세의 80% 미만인 주택은 5년 △80~100% 미만인 주택은 3년이다. 공공택지 외 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분양가격이 인근 주택 시세의 80% 미만은 3년 △80~100% 미만은 2년이다. 그간 공공택지에만 의무거주 요건이 있었는데 민간 분양 주택에도 의무거주 요건이 적용되는 것이다.
'예외 사유'일 경우를 제외하고 분양받은 뒤 전월세를 놓을 수 없고 바로 거주해야 한다. 예외 사유인 경우는 △근무‧생업‧취학‧질병치료를 위해 해외 체류 또는 다른 주택건설지역에 거주 △혼인 또는 이혼으로 배우자의 거주 △주택의 특별공급을 받은 군인으로서 인사발령에 따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등이다.
만약 거주 의무 기간을 위반하게 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분양받은 아파트 또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분양가로 매도해야 한다.
이 같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내용이다.
실수요자 위주의 분양 시장이란 목표는 좋았으나 서민 실수요자들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다.
일단 새 아파트의 전월세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다. 수분양자들의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새 아파트 공급으로 인한 전셋값 하락 및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 이 개정안을 전월세 금지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또 현금이 부족한 서민 실수요자들은 새 아파트 분양이 어려워졌다. 종전에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전세로 돌려 아파트 분양 대금을 마련한 뒤 여력이 될 경우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지만, 의무 거주 요건으로 처음부터 자금이 여의치 않은 경우 새 아파트 분양은 '그림의 떡'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무 거주 부과로 실수요자들에 분양한다는 면도 있지만 전세 공급을 줄임으로써 전세가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를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새 아파트 의무 거주로 입주 시기가 아닌 몇년 뒤로 아파트 전세 공급 시기가 밀리게 되고, 돈이 많지 않은 서민들의 경우엔 새 아파트 청약이 어려워져 서민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차라리 분양가를 현실화하고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게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매매 시장이 정상화돼야 매매 대기자들이 전월세 시장에 남지 않는 등을 통해 전세 시장도 정상화될 수 있다"며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등으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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