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김현 뉴스1 기자 · 이원석 기자 2021. 1. 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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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양정철 지고, 김경수·윤건영 부각..이호철 역할설도

(시사저널=김현 뉴스1 기자 · 이원석 기자)

집권 5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부동산 문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태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등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이를 돌파하고 반전시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공식 라인 외에 문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사들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親文) 성향의 원로그룹과 김경수 경남지사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참모진 출신 그룹,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부산 그룹 등이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여권 내부의 권력구도 재편으로 조언 그룹에도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7일 신년 인사회를 하는 동안 청와대 참모진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의 장악력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의견도

우선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직을 그만둔 뒤 일단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맡아 여의도 사무실에서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랫동안 전략가로서 여권 진영을 이끌어온 이 전 대표의 무게감과 역할론은 여전하지만, 대표직에서 물러난 만큼 문 대통령과의 소통도 과거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지금도 여전히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대표직을 떠난 만큼 그 빈도와 영향력에선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여권 전체의 정치적 위기 때마다 이 전 대표가 특유의 카리스마로 돌파구를 마련해 왔던 만큼 현 시기에도 이 전 대표의 역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당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자, 당직자와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는 등 단일대오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지난해 총선 승리의 원동력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최재성 정무수석을 추천하는 등 고사의 뜻을 밝히면서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되지 못했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전해철 의원의 행정안전부 장관 입각을 계기로 이른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3철'의 역할론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비서실장 발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친문 핵심인사들의 거듭된 권유에도 끝내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전 원장은 조만간 미국으로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인연이 깊은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을 연구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양 전 원장이 야인으로 머무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과도 거리감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인사에 이호철 전 수석 의견 반영돼"

이로 인해 양 전 원장보다는 김경수 지사나 윤건영 의원 등의 역할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지사는 문 대통령과 가끔 통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직 도지사인 데다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운신의 폭이 제한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윤 의원은 최근 이낙연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론이 논란을 일으키자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정치인으로서 가지는 소신은 존중돼야 한다"고 중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윤 의원은 항상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와 관련한 대안까지 제시하면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며 "현재 참모진 출신 중에선 가장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꿰뚫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친문 그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호철 전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도 최근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이 전 수석 역시 여러 차례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이 전 수석이 부산대 동문인 유영민 비서실장을 천거했다는 전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번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 과정에 이 전 수석의 의견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공식 라인으로는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여러 차례 문 대통령과 독대를 갖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 사태 수습 등 현안과 함께 개각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인 이 대표가 최근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거론한 게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가 특별사면론 제기로 당내 강성 친문진영으로부터 반발을 사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의 건의에 호응해 준다면 이 대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통상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주례회동을 통해 국정 현안은 물론 정치적 사안까지 다양하게 문 대통령과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윤 갈등이 극에 달하던 시기 문 대통령에게 동반사퇴론을 건의하는 등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청와대 내에선 최근 최재성 정무수석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친문 강성'으로 꼽히는 최 수석은 최근 청와대에서 '왕수석' '대통령 호위무사'라고도 불린다. 비서실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된 최 수석은 문 대통령의 여러 정치적 결정에 대해 조언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내의 사정도 최근 많이 변했다. 기존에 영향력을 발휘하던 양 전 원장 등보다는 최 수석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집권 말기 문 대통령의 여러 정치적 선택엔 앞으로도 최 수석의 조정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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