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미 메시지'에.. 美전문가들 "北, 바이든에 '과감한 조치' 요구"

정재영 2021. 1. 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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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北, 핵무기 포기하지 않는다는 증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지칭하고 ‘전술핵무기 개발’ 등을 언급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난항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핵실험 복귀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변화를 압박하면서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나온 대미 메시지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핵 프로그램에 관해 미국과의 교착 상태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제거하기 위해 과감한 첫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이 어떤 것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대북 조처를 하기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회복, 중국 문제 등을 먼저 다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북 제재 완화가 곧 이뤄지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장기적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는 북한 문제가 미국의 국가안보 관심사 중에서 가장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몇몇 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초가을까지는 북·미간 대화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실장도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외교관들이 관여하고 작은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북 협상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을 비판하고 실무 협상을 통한 상향식 접근을 강조해왔다는 것이다. 크로닌 안보실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항구적인 평화는 한·미 공동의 전략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핵실험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니얼 디페트리스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연구원은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대외 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을 올리고, “이는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할 시점을 한참 지났다”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벨트웨이(워싱턴 정가)의 근시안적인 비핵화와 관련한 집착 때문에 이런 점이 거듭 상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킷 판다 미국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 발표에 대해 “‘이것은 얼마나 놀라운가’라는 점에서 내 대답은 ‘별로 놀랍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소형·경량화된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큰 문제”라며 “아마도 핵실험으로의 복귀를 의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언젠가 북한이 계획한 질적인 핵 현대화에 대한 가장 중요한 선언 중 하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에 “김 위원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북 정책을 우선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는 방식으로 핵실험을 재개하고 핵 능력을 질적으로 향상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은 미국을 ‘주적’이라고 부르면서 핵 개발을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고 평가했다.

외신도 김 위원장의 발언과 이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평가했다. WP는 “일부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바이든 당선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양측이 외교를 모색할 기회의 창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고 핵무기 체계를 더정교화하겠다고 위협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오는 20일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한 압박의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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