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스럽다'의 유행[손진호의 지금 우리말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 사람 참 공무원스럽다." 얼마 전 서평(書評)에서 맞닥뜨린 표현이다.
접미사 '-스럽다'는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세를 떨치고 있다.
한 달 전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스럽다'는 표현도 그중 하나다.
이와는 달리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의 '촌스럽다'는 여전히 촌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접미사 ‘-스럽다’는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세를 떨치고 있다. 웬만한 말에 붙어 새말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한 달 전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스럽다’는 표현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북한스럽게’ 만들었다”는 강 장관의 발언에 북한은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하겠다”며 발끈했다. 아마도 ‘북한스럽다’란 말에 배알이 뒤틀렸기 때문일 것이다.
‘-스럽다’가 위력을 보인 해는 2003년이다. 참여정부 출범 초에 마련된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 간 대화의 자리에서 날 선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를 지켜본 누리꾼들이 만든 신조어가 ‘검사스럽다’이다.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윗사람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행태를 빗댄 것이다. 이 말은 그해 국립국어원 신어사전에까지 올랐다.
사실 ‘-스럽다’는 복스럽다, 걱정스럽다, 다행스럽다 등 추상적인 말과 잘 어울린다. 흥미로운 건 ‘-스럽다’가 ‘어른스럽다’ ‘여성스럽다’처럼 구체적인 명사와 결합하는 경우다. 곰곰 생각해보라. 아이에게 ‘어른스럽다’라고 할 수는 있어도, 어른에게 ‘어른스럽다’라고 하진 않는다. ‘어른답다’라고 한다. 즉 구체적인 대상에는 긍정적 의미의 ‘-답다’가 자연스럽다. 그러니 말법대로라면 ‘공무원답다’, ‘검사답다’라고 해야 한다.
2015년 TV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탄생시킨 ‘모스트스럽게~’를 기억하시는지. 이 말, 외래어에 ‘-스럽다’가 붙은 형태다. 극 중 모스트의 편집장이 말끝마다 외치는 “모스트스럽게~”는 무엇을 하든 그 이상을 바라는 마음을 잘 나타낸 까닭에 그해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이와는 달리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의 ‘촌스럽다’는 여전히 촌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 어수룩해지려고 귀촌하는 게 아니므로 “농촌과 함께 삶을 가꾸려는 마음가짐” 같은 뜻풀이를 ‘촌스럽다’에 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스럽다’가 기존의 어법을 벗어나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건 우리네 삶이 팍팍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생겨서일 것이다. 앞으로도 유행어는 계속 나오겠지만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일이 많았으면 한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대 AI ‘이루다’ 성희롱 대상이 됐다?
- 합참 “연평도 실종 해군 숨진 채 발견…평택항으로 이송 중”
- 50대 대학교수, 100일간 같은 원피스만 입은 이유는?
- 강남역 지하도상가 전구역 10일까지 폐쇄…미화원 확진
- tbs ‘#1합시다’ 캠페인 논란에도…선관위 “선거법 위반 아냐”
-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도 동부구치소서 확진…항소심 연기
- 국민의힘, 김태호 복당 승인…김종인 “한참 조용히 있었으니”
- 코로나도 이겨낸 사랑의 힘…53세 연상연하 커플 완치
- 김정은, 美에 “선대선·강대강 원칙”…南엔 “화답하는 만큼 상대”
- 인도네시아 정부 “62명 탑승 보잉 737 여객기 추락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