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규제하던 영국, 유전자 편집 작물 허용하나

조승한 기자,이수훈 인턴기자 2021. 1. 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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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농업과 축산업계에서 유전자 편집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을 이달 7일부터 3월 17일까지 10주간 보고받는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러한 조치가 동물에게 악영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영국이 유전자 편집을 농산물과 가축에 적용할 수 있도록 유전자변형작물(GMO) 규제에서 제외하는 논의에 들어갔다. 유전자 편집은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끼워넣는 GMO와 달리 해당 생물의 유전자만을 교정해 효과를 낼 수 있어 부작용과 생명윤리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판단에 근거한 움직임이다. 과학자들은 환영하고 나섰지만 동물보호단체는 부작용이 여전히 나타날 수 있고 생산성만을 올리는 유전자 편집으로 집단사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달 7일부터 10주간 농산물과 가축에 유전자 편집을 적용하는 것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이 유전자 편집 기술은 GMO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2018년 판결하면서 영국도 같은 규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영국이 ‘브렉시트’로 EU를 벗어나면서 독자적인 규제 완화 검토가 가능해졌다.

유전자 편집은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와 같은 유전자편집 기술로 인공적으로 잘라 원하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추가, 대체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단계에서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바꿔 질병에 잘 견디게 하고 더 많은 영양소를 가진 식량을 생산할 수도 있다.

유전자 편집은 한 생물의 유전자에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넣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GMO와 달리 한 생물 자체 유전자만을 교정해 종을 개량한다는 차이가 있다. GMO는 기존에 없던 종인 만큼 인체가 이를 섭취했을 때 안전성 여부를 알 수 없어 대다수 나라가 생산을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GMO 수입은 가능하지만 생산은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해 생산되는 GMO는 없다.

영국 정부는 유전자 편집이 농산물과 축산업에서 농부와 소비자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부 장관은 “유전자 편집은 자연이 제공한 자원인 유전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농산물의 생산성을 올려서 농부의 부담을 줄여주고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거나 기후 변화에 적응을 돕는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편집을 이용하면 식물이 살충제를 덜 필요로 하거나 필요한 영양분을 골라 농도를 높여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동물 역시 감염병에 저항성을 가지게 만들어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특정 부위의 DNA 염기를 잘라내 교정하는 기술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제공.

하지만 동물과 환경단체 등지에서는 유전자 편집도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보호단체인 ‘컴패션 인 월드 파밍’의 피터 스티븐슨 정책고문은 이익을 높이기 위한 유전자만 골라 교배하는 과거 사례를 들며 "유전자 편집도 같은 방식으로 이용되면 동물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예로 성장이 빠르도록 교배를 통해 개량한 육계에서 다리뼈 질환이 발견되거나 달걀을 더 많고 빠르게 놓을 수 있도록 개량한 암탉이 골다공증을 겪는 문제가 존재해왔다.

또한 전문가들은 동물의 질병 저항성을 높이는 방식은 집단사육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항성이 높아져 감염 걱정이 떨어지면 농부들이 생산성을 위해 집단사육에 거리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스티븐슨 정책고문은 “이는 문제가 있어 이미 구식이 되어가는 방식을 오히려 감싸는 조치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러한 조치를 반기는 과학자들도 있다. 믹 왓슨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생물정보학과 교수는 “유전자 편집은 동물의 질병 저항성을 개선하는 것만이 아니라 동물이 더 건강하게 유지해 동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영국의 축산계 발전의 중심에 최첨단 기술을 도입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영국이 유전자 편집 작물 도입을 논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편집 작물 연구와 생산이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일본, 호주에서는 유전자 편집 작물 생산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유전자 편집 작물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조승한 기자,이수훈 인턴기자 shinjsh@donga.com,so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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