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컨슈머]⑦ "파괴자 아마존 맞서려면, 끝없이 투자해야" '아마존 리테일 리포트' 저자 나이츠

이선목 기자 2021. 1. 10. 0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마존 한국 진출 아시아 시장 진출 염두한 것"
오프라인→온라인 전환 이미 진행… 코로나 사태로 가속
아마존, 코로나 속 매출 30%대 성장… 비결은 ‘디지털 혁신’
온·오프라인 경계 허물어져…모두 갖춘 기업이 살아 남는다

"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차별화되면서도 통합된 온·오프라인 상점을 모두 갖춘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아마존 리테일 리포트’ 공동저자 미야 나이츠는 조선비즈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야 나이츠 제공

영국 온라인 유통 전문가인 나이츠는 옥스포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애널리스트, 저널리스트, 편집자로 20년 넘게 일했다. 현재 디지털 솔루션 컨설팅 기업 ‘이글아이(Eagle Eye)’의 산업 통찰 부문 수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유통 산업 관련 전문 잡지인 ‘리테일 테크놀로지(Retail Technology)’를 운영하고 있으며, ‘타임’, ‘파이낸셜 타임즈’, ‘인디펜던트’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나이츠는 특히 전 세계적인 유통 거물로 성장한 미국 IT업체 ‘아마존’을 주목해왔다. 그는 ‘아마존 리테일 리포트: 아마존은 어떻게 사람들의 쇼핑 패턴을 변화시키는가?(2020)’, ‘아마존 이노베이션(2019)’의 공동저자로, 전 세계 유통 시장의 최강자인 아마존의 전략과 기술 등을 분석했다.

아마존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전례 없는 성장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961억5000만달러(약 108조84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37% 증가했고,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8~38% 성장한 1120억~1210억달러(약 126조7800억~136조9700억원)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아마존이 성장세를 유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나이츠는 ‘아마존 리테일 리포트’에서 "우리는 유통 산업을 완전히 바꿀 중요한 기술과 경제, 사회적 변화의 교착점에 서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통 산업은 또 한 차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그에게 이후 아마존과 유통 산업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나이츠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 유통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코로나19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을 가속화했고 이에 유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몇 달간 일부 지역의 이커머스 시장은 거의 10년간에 맞먹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추세는 이미 상당 기간 진행돼왔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것은 기존 트렌드일 뿐이다. 성장이 끝난 리테일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에는 업청난 변화가 있었다.

- 아마존이 코로나19 사태서도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아마존의 성장을 이끈 기폭제는 ‘디지털 기술’이다. 대다수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폐쇄 조치했고, 이에 따라 디지털 기반의 유통업체들이 번창할 수 있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에만 의존했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마존 무인 배송 로봇 ‘스콧'. 아마존은 무인 매장, 무인 물류, 무인 배송 로봇 개발에 집중 개발하고 있다./아마존 제공

아마존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승자가 된 이유 중 한 가지는 급증하는 이커머스 수요를 충족할 만큼 지배적이고 믿을 수 있는 쇼핑 툴을 이미 보유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유통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다.

이는 아마존이 자체 정보기술(IT) 인프라, 공급망 네트워크, 그리고 쇼핑몰 구축 등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마존은 모바일과 스마트 음성 어시스턴트 장치 등 기술 혁신을 계속하고 있고,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창출된 수익을 다시 사업에 투입할 것이다.

-저서 ‘아마존 리테일’에서도 아마존의 경쟁력을 ‘기술’이라고 했다. 아마존은 지금의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판매, 구매, 유통 및 이행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기술없이 운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바코드와 결제단말기(POS)는 50년 넘게 사용돼왔다. 지난 25년 동안 소비자와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같은 속도와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수용해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가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에 뒤쳐졌다.

그때 아마존은 기술을 활용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먼저 성공한 업체로서 오프라인 매장에 기술을 적용했다. 세계 최초로 무인자동화 매장 ‘아마존고’를 선보였고 카트 안에 담긴 내용물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아마존 대시 카트’ 서비스도 도입했다.

아마존은 현 상태를 끊임없이 불만족스러워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립자는 2016년 주주서한에서 "고객은 언제나 아름답고 경이롭게 불만에 차 있으며,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지언정 더 나은 것을 원한다"며 "고객을 기쁘게 만들고픈 우리의 욕구가 그들을 대신해 발명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시애틀 보렌가의 무인 매장 ‘아마존고’ 내부 전경./유윤정 기자

아마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모두에서 소비자의 쇼핑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계속 성장할 것이다. 혁신을 이어가며 다양한 분야를 파괴할 것이다. 계산이 사라지고 집 안, 차 안 배송이 부재중 배송의 대안이 되고, 옷을 살 때 사이즈나 반품 문제도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아마존의 지속적인 성장을 방해할 유일한 요인은 ‘소비자 반발’일 것이다. 우리가 ‘의식적 소비’와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기 시작할 때 아마존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또 유럽이나 미국의 반독점 조치 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까.

차별화되면서도 통합된 온·오프라인 상점을 모두 갖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쇼핑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가령 온라인에서 먼저 검색을 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한 다음 다시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식이다. 또 소비자들은 반품과 같은 사후 서비스를 잘 갖춘 업체에서 쇼핑하기를 원한다.

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물리적 매장을 보유하지 못한 유통 기업은 매우 불리해질 것이다. 디지털로 출발한 이커머스 기업은 플래그십스토어(대표매장), 팝업스토어(임시매장), 숍인숍,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점점 더 물리적 영역으로 뛰어들 것이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위시리스트, 모바일 앱, 증강현실 등 기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어려움이 계속될 것 같다.

코로나19 시대의 승자들은 온·오프라인 매장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두 가지 형태를 함께 활용해 쇼핑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 영국 온라인소매협회(IMRG)에 따르면 영국의 다채널 유통업체들(62.7%)은 온라인 업체들(19.6%)에 비해 높은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디지털 기능을 갖춘 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오프라인 상점은 매매가 이뤄지는 곳에서 경험을 하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아마존은 구매하기는 좋지만 ‘쇼핑’을 하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따라서 물리적 매장은 단순 구매에서 먹고, 일하고, 놀고, 발견하고, 배우고, 빌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최근 아마존은 한국 기업 SK그룹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11번가’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은 왜 한국을 선택했을까.

아마존은 몇 년 전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역별 소비자 수요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인도와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국가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는 매우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선DB

아마존은 한국 시장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보고 있다. 한국 고객이 원하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다른 국가에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조정해나갈 것이다.

아마존은 ‘최고의 파괴자’다. 경쟁자들은 아마존의 진격에 위협을 느낀다. 그러나 고객은 분명 수혜자가 된다. 아마존이 혁신을 거듭하면서 고객의 기대치는 높아질 것이고 이는 경쟁업체들의 수준을 높여 궁극적으로 구매자들이 더 좋은 경험을 하도록 했다.

즉, 아마존의 진출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혼란한 시기임을 의미한다. 아마존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시장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유통업체들은 아마존이 고객에게 더 나은 것을 제공하기 전 투자를 강화하고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10년 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지난해와 같은 기하급수적 성장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지만, 당분간 소비자들은 편의와 위생상의 이유로 위해 온라인 쇼핑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2030년까지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전 세계 유통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성장세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소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