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인표 "굴레에 갇혀 발전 無, '차인표'로 깨부숴"

"신애라, 내 모습 너무 짠하다고.."
보다 과감하게 도전할 것

차인표는 영화 `차인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스스로 한계를 넘은 것에 뿌듯해 했다. 제공|넷플릭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차인표(54)가 무려 12년 만에 '영화' 배우로 귀환했다. 넷플릭스 코미디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를 통해서다.

영화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차인표 분)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는다. 영화 속 이야기와 인물은 허구이지만 차인표가 자신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영화 제목도 ‘차인표’이기 때문에 차인표에 대한 이야기로 연관 짓게 되기 마련이다.

극 중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이후 자기 세계 안에 갇혀버린 영화 속 차인표는 세월이 흘러도 큰 인기를 얻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최민식, 이병헌, 설경구와 함께 연기 4대천왕이라고 판단하며 착각에 빠져 살지만 현실은 꼰대가 돼버린 퇴물 스타일뿐이다. 고단한 건 그의 주변 인물들. 영화는 그런 차인표를 통해 한 인물의 희로애락을 있는 리얼하고도 웃프게 그려낸다. 다음은 인터뷰에서 만난 차인표와의 일문일답.

Q. 무려 12년 만의 영화다.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소감은?

A. 영화의 사이즈로 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사실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은 아닌데 코로나19로 신작이 워낙 없는데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졌고, 어떤 실험 정신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이런 저런 상황이 맞물려 세상에 나오게 됐고 관심도 받게 된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리고 뿌듯하고 행복했다.

Q. 5년 전 처음 출연 받았을 땐 거절했던 작품이라고?

A. 그 때까지만 해도 좀 더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었다.(웃음) ‘차인표’ 대본을 받았을 때 물론 신박하고 독특하긴 했지만 확 끌리지 않았다. 리스크가 있었고 부담감도 컸다. 무엇보다 다른 걸 할 여지가 아직은 있었기에 (여러 가지 이유로) 선뜻 택하지 못했다. 그러다 영화에 대한, 연기에 대한 갈증은 점점 심해졌고 심한 정체기가 왔다. 그 와중에 다시 한 번 제의를 받았고 (여전히 저예산이긴 하지만) 투자도 추가로 받으면서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

Q. 어떤 부담감이었는지?

A. 내 이름을 딴 영화, 동명의 배역,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 있으니 당연히 부담감이 컸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현실과 영화 속 허구가 얼마나 구분될지 모르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었다.

Q. 그럼에도 결국 용기를 냈다. 어떤 각오로 임했나?

A. 어찌 보면 이 영화는 김동규 감독이 바라본 나의 실체가 아닌가. ‘차인표’를 그의 눈으로 해석한 것이 대중이 나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라는 설정, 그것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받아들였다. 실제로 대중이 내게 부여한 어떤 기대치에 부흥하는 게 나의 도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자신만의 세계와 현실의 괴리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낸 실험적 장르가 국내에선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 또한 호기심도 생기더라. 무조건 감독의 지시에 토 달지 않고, 참견하지 말고 하라는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걱정된 부분이 있었다면?

A. 딱 한 가지는 의견을 제시했다. 극 중 차인표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야망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것만은 실제로 오해의 소지가 있고 사실과 너무 다른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꾸자고 했다. 다행히 감독님이 그건 들어주셨다.

Q. 극 중 대사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이 있다면?

A. 매니저랑 싸우면서 하는 말 중에 ‘네가 먹고 사는 것도 결국엔 내 이미지 때문이야’라는 말이 있다. 그 대사가 웃프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예인이,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대중을 즐겁게 해드리는 게 우리 같은 직업을 지닌 사람들의 일인데 때로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반면, 일상생활에서는 포기하고 감수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긴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도 잘 묻어나있다.

Q. 영화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A. ‘차인표’ 공개날 아내 신애라, 아이들이 다 함께 영화를 봤다. 더 강력한 코미디를 기대해서 그런지 약간은 아쉬워하더라. 무엇보다 내가 너무 불쌍하게 나와 아내가 측은해 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저예산 영화인데다 태풍이 온 와중에 한 달 만에 촬영을 마쳤기 때문에 무사히 완주하고 세상에 공개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Q. ‘차인표’로 얻은 수확이 있다면?

A. 그동안 혼자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대중이나 팬들이 내게 어떤 이미지를 부여해줬다. 바른 생활 사나이, 정직하고 착한 사람 등등. 그런데 그런 것들이 계속해서 덧입혀지면서 내 안을 지배해갔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렇지 않더라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압박감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아 굴레가 된 거다. 작품을 하고 안 하고, 호불호를 판단할 때 그런 굴레가 나를 계속 붙잡더라.

그렇게 몇 십 년이 지나고 나니 그것이 나의 변화, 발전을 막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너져 있는 건물 안에 갇혀 있는 상황과 내가 비슷한 것 같았다. 그 굴레를 깰 수 있도록 도와준 계기가 바로 ‘차인표’가 됐다. 흥행 성적, 관객의 평, 호불호를 떠나 그런 의미에서 만족스럽고 소중하다.

Q. 배우 차인표의 꿈은?

A. 12년 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존재하지만, 다시금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이 있더라. 진심으로 행복했다. 이제부터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서 더 자주 팬들과 만나고 싶다. 보다 과감하게 도전할 거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