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임대료 또 올린다고?"..애경 vs 철도공단 점용료 갈등

강성규 기자 2021. 1. 1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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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2심 선고 예정..철도공단 '착한 임대료 운동' 외면 아쉬움도
홍대입구역에 들어선 '애경타워'© News1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홍대의 랜드마크' 애경타워의 점용료를 둘러싼 애경그룹과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의 갈등이 새해벽두부터 재점화됐다. 특히 소송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철도공단이 또다시 점용료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철도공단은 유사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점용료 인상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입주 직후부터 불거진 갈등…"타워 개발이익이 인상 근거?"

10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2018년 홍대입구역 인근에 애경타워가 들어선 직후부터 법정공방까지 가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애경타워는 경의중앙선·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지상에 약 1만7000㎡(약 5200평) 규모로 지어진 17층짜리 애경그룹 사옥이다. 총 건설비용은 1460억원 가량이 들었다.

이곳엔 애경그룹 각 계열사의 사무실뿐 아니라 AK플라자와 유명 식당·카페 등이 함께 들어서면서 단숨에 홍대 최대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경은 홍대입구역 인근 부지에 대해 소유주인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았다. 그해 7월부터 2048년까지 30년 동안이다.

문제는 입주 직후 불거졌다. 철도공단은 애경타워가 완공된 10월 감정평가를 실시해 12월에 점용료 2억9578만원 가량을 추가 부과했다. 그해 4월 2015년 감정평가를 근거로 애경 측에 점용료 15억24000만원을 부과하고 애경은 이미 이를 완납한 뒤였다.

2019년부터는 23억5000여만원으로 점용료를 더 올린다고 통보했다.

애경 측은 즉각 반발했다. 애경타워 건설로 인해 감정평가액이 급등한 것인만큼 점용료 산정의 기초가 되는 부지가액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는 이유였다.

또 애경타워 건설 전 토지 개발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했음에도 완공 직후 오른 땅값을 재반영해 거액의 점용료를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시 감정평가 자체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감정을 담당한 법인 2곳 모두 공단에서 선정했기 때문이다. 부지가액은 2개 이상 법인의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해 산출해 있도록 규정돼 있다.

토지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선로 위 공간임에도 저율인 '선상건축부지'의 점용요율(2.5%~3.5%)이 아닌, 고율인 '지상건축부지'의 점용요율(5%)을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애경 측은 문제제기 했다.

심지어 홍대입구역내 출입구·환기구 등 역사시설과 자전거서비스센터·책거리공원 등 애경 측이 '공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조성한 공공시설 부지까지 점용료를 부과한 것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애경그룹 신사옥 외벽에 대형 벽시계가 보인다. © News1 이승배 기자

◇철도공단 재감정, '점용료 인상' 전망…"기업 부담 외면 아쉬움"

애경그룹은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지난 2019년 '점용료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5월29일 선고에서 철도공단이 부과한 2억9578만원 중 2억3000만원 가량을 초과하는 금액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외 쟁점들에 대해선 철도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점용료 인상을 인정하면서도 부지의 실제 용도 및 이용현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점 등 일부 근거는 바꿔야 한다는 게 법원 판결의 취지다.

이에 애경그룹과 철도공단 모두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며 지난 6월 나란히 항소했다. 2심 선고는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대법원 상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소송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지 점용료가 더욱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이 3년마다 재감정을 통해 부지가액 및 점용료를 다시 책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철도공단은 2018년 이후 3년이 지난만큼 올해 3월 감정 절차에 들어갈 계획으로 전해졌다.

재감정을 실시한다면 점용료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애경타워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지난 2018년 1월1일 기준 ㎡당 268만원에서 2020년 375만원 가량으로 급등했다.

철도공단 측은 오는 3월에 부지 재감정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땅값 상승에 따른 점용료 인상을 인정한만큼 재감정 후 인상 또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소송과 유사한 2011년 '부당이득금 반환' 판례에서 대법원은 "국유 일반재산인 토지를 대부받은 점유자가 점유 개시 후 자기의 비용과 노력으로 가치를 증가시켰다고 하더라도 갱신할 당시의 현실적 이용 상태를 기준으로 해당 재산가액을 산출해야 한다"는 판결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공기관인 철도공단이 '착한 임대료 운동' 등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기업을 돕기 위한 지원·감면 확대 움직임에 역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이나 소상공인 모두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여겨지는 것이 '임대료'다. 기업 입장에서도 입점 매장 등을 위해 운동에 동참해야 하지만, 기업 자체가 처한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법률적 문제와는 별도로 공단이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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