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택배법 통과는 됐지만..노동자들 살릴 수 있나
중재법, 20년 만에 결실 봤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빠지면서 후퇴 논란
생물법도 택배기사 과로사 원흉인 '분류작업' 책임 조항 빠져
분류작업 위한 '표준계약서 제출' 권고..시행령에 담길지가 관건
그러나 두 법안 모두 논의 과정에서 사측 입장이 대폭 반영돼 원안(原案)에서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작 수혜대상자들도 외면하는 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30% 이상 재해가 '5인 미만' 사업장서 나오는데…"
중대재해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는 노동자 사망 시 안전 조치가 미흡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 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대형 참사 등 산업재해의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노동계가 주창하기 시작한 지 약 20년 만에 국회에서 입법으로 열매를 맺은 것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기업과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됐다.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5인 미만'의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부분이 가장 문제였다. 21대 국회에서 제정안을 처음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최근 3년 전체 재해자 30여만 명 중 5인 미만 사업장 재해 비중이 9만6687명(32.1%)이고, 전체 사망자 6119명 중 1389명(22.7%)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사각지대가 너무 많이 생겨 사실상 '무용지물' 법안이라는 것이다.
제정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3년간 유예 시간을 주기로 했는데 한국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재해 사망자 중 61.6%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여기에 △형사상 인과관계 추정 삭제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 처벌 규정 삭제 △ 법인 매출액을 기준으로 벌금을 매기는 규정 삭제까지,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어 여러 가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하지 못한 경영책임자 처벌을 명문화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택배업계의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이른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택배업을 등록제로 바꾸고,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안전시설 확보를 권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과로사의 원흉이었던 택배상자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는 택배기사의 업무 범위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택배업계의 반대로 수정안에서 삭제됐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물류터미널에 자동 분류기가 있는 업체서부터, 제대로 된 터미널 공간조차 없는 영세업체까지 사업장마다 상황이 제각기라 일률적으로 제정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일단 수정안에 표준계약서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고, 시행령에 '표준계약서 제출'을 의무조항으로 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표준계약서를 통해 각 작업장마다 처한 현실을 반영해 택배기사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확답'을 달라는 눈치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진경호 집행위원장은 통화에서 "(표준계약서 조항을) 시행령에 넣기 위해 사회적합의기구가 가동 중인데 아직 시행령은 나오지도 않았다. 약속은 있지만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업계에 불신을 나타냈다. 다만, "분류작업이 사용자의 책임이라는 게 시행령에 담기면 오래된 논쟁은 끝날 수 있다"고 말해 향후 논의 결과에 따라 갈등 봉합 가능성은 열린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했다. 합의기구는 택배 분류업무를 명확히 하고, 주 5일제 등 근무 여건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오는 설 연휴 이전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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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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