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족벌 언론' 조선·동아로 본 '언론 개혁'의 길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1. 1.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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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온라인 GV(관객과의 대화) 열려
김용진 감독·정준희 교수 참석해 '언론 개혁' 이야기 나눠
언론을 언론이 아니게 만드는 이유로 '변종 돈벌이' 지목
"변종 돈벌이 차단해야 언론 개혁도 가능"
"중요한 것은 조선·동아 내부 기자들 개혁 움직임"
"스스로 부끄러움 느끼고 내부서 바꿔야..유일한 희망"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스틸컷. 뉴스타파 함께재단·엣나인필름 제공
"우리가 조선, 동아에서 해직된 이후로 단 한 번도 후배 기자들이 내부에서 저항 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_어느 해직 기자의 이야기 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이했지만, 스스로 권력이 되어 카르텔 안에 존재하며 저널리즘의 임무를 잊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사주 일가의 4대, 5대를 거듭하는 세습 속에서 공고하게 굳어진 권력이 내부는 물론 언론 생태계 전반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에서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언론다운 언론이 되려면 내부에서의 개혁이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제작한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감독 김용진, 박중석)는 각각 '일등신문' '민족정론지'를 자처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00년 역사의 정체를 파헤친다.

영화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국 사회에 끼친 해악을 기록하고, 잘못된 언론은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낱낱이 보여준다.

지난 7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족벌 두 신 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GV)에는 김용진 감독과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가 참석해 언론 개혁이 필요한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7일 오후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온라인 관객과의 대화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영화와 언론 개혁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사회자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김용진 감독,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관객과의 대화 화면캡처
김 감독은 영화를 연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두 신문을 소재로 했는데, 근본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언론개혁'을 이야기하려 했다"며 "주류 언론이 장악한 한국 언론 생태계를 그대로 두면 언론은 물론이고 나아가 한국 사회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언론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같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두 신문은) 언론에서 가급적 멀리해야 할, 언론이 해선 안 될 분야에서 경쟁한다. 돈벌이 부분 등 나쁜 형태의 경쟁을 효과적으로 흥미롭게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창간 100년을 맞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주 일가가 전국에 막대한 부동산을 가진 모습이 나온다. 사주 일가는 수십 곳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미디어 기업을 몇 대째 세습하며 부를 이어가고, 또한 확장하고 있다.

영화는 두 신문이 저널리즘 윤리를 무시한 각종 변종 돈벌이에도 무분별하게 나서고 있다고 꼬집는다. 독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기사형 광고를 싣고, 여러 기업과 사이비 종교 단체의 돈을 받아 홍보 기사를 써 주고, 코로나19 시국에서 극우단체들의 광복절 집회 광고를 끊임없이 내보낸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준희 교수는 이러한 변칙적인 돈벌이 행태가 비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변종 돈벌이를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언론 개혁을 위한 최우선 순위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언론 개혁을 한다는 것은 우리 뜻에 맞는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을 잘 살게 해주는 게 아니라 그릇된 방식으로 생존하는 자들이 생존하지 못 하게 만드는 데 있다"며 "먹고 사는 방식 자체의 저열함을 제대로 짚고 개혁하는 쪽으로 초점을 더 맞추면 언론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감독 역시 "질 높은 뉴스를 만들고 거기에 걸맞은 구독료를 받아 언론사를 운영하는 게 정상이다. 서구에서는 그렇지 못한 언론이 자연스레 도태된다"며 "그러나 한국은 굉장히 기이하다. 불량 상품을 계속 생산해도 언론 기업의 사세는 확장한다. 그 중심에 있는 변칙적인 돈벌이의 통로를 차단하지 않으면 언론 개혁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스틸컷. 뉴스타파 함께재단·엣나인필름 제공
이처럼 기형적인 생태 구조가 존속하는 이유 중 하나로 바로 족벌 언론의 폐해를 들었다. 족벌 구조가 한국 사회에서 일반화 함으로써 내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서구에서도 초기 언론은 강한 사주가 권력의 외압으로부터 편집부를 옹호해 권력 침탈을 막았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로 권력과 결탁해 생존을 도모하고, 내부를 식민지화 했다"며 "그러다 보니 기자들도 사주가 지향하는 권력 지향성과 동일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고, 더 이상 저항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스로 권력이 된 언론이지만 언론 권력마저도 대기업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 권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게 현실이다. 정 교수는 이처럼 자본 권력과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게 언론 개혁에 있어서 시급한 문제라고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그는 "문제는 언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자본화된 측면이다. 광고를 따거나 많은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서 이권을 획득하는 이상한 비즈니스 방식이 굳어졌다. 언론사가 마치 클릭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이건 다른 비즈니스를 위한 토대"라며 "결국 독자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게 만든 자본적 질서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스틸컷. 뉴스타파 함께재단·엣나인필름 제공
이러한 지형은 대부분 국내 언론이 가진 문제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주 일가를 중심으로 막대한 권력과 부를 쌓고 지키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언론 생태계를 파괴하는 중심에 서 있다. 언론 환경을 복구하고, 저널리즘을 회복할 방안은 없는 걸까.

정 교수는 "가능성이 큰 방법은 두 신문의 파워가 빨리 약해지는 것이다. 아직도 그들이 약해지지 않는 이유는 사회 상층을 장악하는 네트워크 카르텔 때문"이라며 "두 신문이 빨리 무너지거나 약해져서 그 틈새를 비집고 새로운 저널리즘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유일한 희망은 내부 구성원이 각성해서 움직이는 것"이라며 "사주 일가에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세습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대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바람이 있다면 내부에서 바꿔야 한다. 그게 지금 유일한 희망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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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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