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팔았더니 계속 오른다" 코스피 3000이 배 아픈 사람들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새해 들어 코스피 3000이 벼락같이 찾아왔다. 6일 장중에 3000포인트를 뚫었고 7일엔 3031.68로 마감해 3000시대에 안착했다. 그리고 8일엔 3150선도 넘었다.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가팔랐다. 혹자는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한다. 코스피 3000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리에게 전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환호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많이 늘었다 해도 필자 주변엔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보다 안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또한 주식투자를 투기나 도박 중간쯤으로 보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이들은 역사적인 코스피 3000 돌파에 철저히 소외된 사람들이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코스피 3000을 보면서 시기심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철학에서는 이러한 감정을 ‘르상티망’(ressentiment)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배가 아프다’는 표현이 르상티망에 해당한다. 또한 코스피가 계속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나만 소외된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심리도 느낄 수도 있다. 행동재무학은 이를 ‘포모증후군’(FOMO)이라 부른다.
주식투자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코스피 3000이 기쁜 건 아니다. 코스피 3000이 배가 아픈 사람도 있다. 예컨대 투자자들 가운데 “내가 산 종목은 안 올라요.ㅠㅠ”,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서 팔았는데 계속 오르네요.ㅠㅠ” 등등 코스피 3000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줄곧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던 개인투자자는 11월 들어서 -2조7836억원 순매도했다. 12월에도 첫째주와 넷째주에 -7561억원, -9052억원 순매도하며 일찌감치 차익실현에 나섰다.
이처럼 코스피가 연속 상승하는 과정에서 새해가 오기 전에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일부는 ‘주가가 너무 빨리 올랐어, 이젠 조정을 받을 차례야’라며 처분했고, 어떤 이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 목적으로 팔았다. 또 다른 이는 미국 대선 불확실성 때문에 팔았고, 누구는 코로나19 3차 대확산을 우려하며 매도했다.
보통 주가가 단기간에 10~15% 정도 상승하면 조정이 온다고 말한다. 그런데 코스피는 지난해 12월 초 이후 한 달 새 560포인트(21.6%)를 거침없이 올랐다. 이 과정에서 꿈쩍하지 않을 투자자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한 달간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는 증시가 너무 빨리 올랐다고 조정이 온다는 예언(?)과 주장들이 넘쳐났다.
보유 주식을 일찍 매도한 사람은 코스피 3000을 바라보면서 후회가 막급이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제일 분통이 터지는 게 ‘내가 팔면 오르는’ 경우다. 행동재무학은 주식이 반등하는 시점에서 서둘러 차익을 실현하려는 심리를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주식이 오를 때 빨리 처분하지 않으면 다시 하락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생기는데, 처분한 후에 주식이 계속 오르는 것을 보면 엄청나게 후회하게 된다. 혹자는 실제로 투자손실을 입을 때보다 이때가 더 속이 쓰리다고 말한다.
투자한 주식이 오르지 않거나 반대로 더 하락한 투자자도 속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코스피가 3000대로 올랐다고 해서 모든 종목이 다 오른 것은 아니다. 반도체주, 전기차주, 2차전지주, 바이오주 등은 최대 2배 이상 올랐지만, 여행레저주, 화장품주, 면세점주 등은 여전히 바닥에서 못 벗어났거나 마이너스 상태에 놓여 있다. 어떤 종목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투자성적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마켓타이밍도 투자성적을 좌우한다. 저점에 주식을 매수한 사람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지만, 고점에 들어간 사람은 코스피 3000 돌파에도 웃지 못한다.
지금까지 코스피 3000 돌파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국민 모두가 환호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살펴봤다. 그것은 앞으로 코스피가 4000을 넘고 5000을 돌파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향후 코스피가 4000을 넘고 5000을 돌파할 때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국민이 환호하고 덜 소외되도록 만들 수는 있다. 먼저 주식투자를 도박이나 투기가 아닌 필수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많은 국민이 주식투자자가 돼야 한다.
혹자는 주식을 서울 아파트에 비유하며 돈 있는 사람들만 주식투자를 하고 코스피 3000은 소수 부자들의 배만 부르게 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주식은 서울 아파트와 달리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투자정보도 널리 공유돼 있다. 서울 아파트처럼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돈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넘사벽’이 아니다. 9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리고 현명하게 주식투자를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단타 매매가 아닌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하고, 거짓 정보와 올바른 분석을 구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감정과 심리를 다스릴 줄 아는 마음의 수양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투자학과 행동재무학의 내용을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코스피 3000시대에 동참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주식투자를 시작해서, 그리고 현명하게 투자하는 법을 배워서 향후 코스피 4000, 5000시대가 왔을 때 웃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때가 와도 여전히 소외되고 우울한 부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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