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동학개미' 전성시대..대형주 사서 고점에 판다

권혜정 기자 2021. 1. 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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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따·손절' 개미는 가라..대형주 위주로 담는다
저점 매수 고점 매도..학습개미는 기본 '열공중'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직장인 A씨(41)는 주식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늦깎이 동학개미'다. 지난해 여름, 늦게 시작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한 그는 유튜브와 뉴스 섭렵은 물론 나름의 계량분석부터 모의투자까지 철저히 준비한 뒤에야 실제 주식을 매수했다. 몇달에 걸친 공부 끝에 그는 대형주와 성장주 위주로 분산투자했고 수익률은 대부분 50% 이상이다.

#B씨(40)는 '오래된 개미'다. 주식시장에서 볼 것은 다 봤다고 생각한 그에게도 새해 며칠간의 주식시장은 당황스러웠다. 코스피 지수가 3000에 이어 3100선까지 넘어서기까지 그는 수없이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를 들여다봤다. 과거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상따(상한가 따라잡기)', 불타기(오를 때 추가 매수)' 등에 나섰던 B씨지만, 그는 동학개미 운동으로 달라져 있었다. 그가 새해 들어 담은 종목은 주로 대형주로, 실적과 성장성 등을 따졌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레벨업' 했다. 과거처럼 소문만 듣고 오르는 종목 끄트머리에 올라타 손실만 떠안고 이른바 '손절' 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철저한 종목 분석 끝에 테마주보다는 대형주와 우량주를 사고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파는 등 '더' 똑똑한 개미로 진화했다.

◇'상따·손절' 개미는 가라…대형주 위주로 담는다

코로나19발 폭락장 이후 등장한 동학개미들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63조가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그야말로 '주식 광풍'이 일면서 일각에서는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개인들의 매수 패턴은 한 단계 진화한 양상을 보였다. 테마주보다는 대형주를 주로 담으며 단기 손실에 개의치 않고 장기 투자를 목표로 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개인의 순매수 상위 30위 종목 가운데 대형주(코스피 시가총액 1~100위)는 15개에 그쳤다. 절반에 달하는 나머지 15개 종목은 코스닥 상장사이거나 시가총액 100위권 밖에 있는 종목들이었다. 상장폐기 위기를 겪은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이 대표적이다. 남북경협 테마주로 꼽히는 아난티는 순매수 상위 3위에 올랐고 제약·바이오 관련주인 메지온, 에이프로젠KIC, 에이비앨바이오, 셀리드, 에이치앨비 등도 순매수 30위권 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2020년 등장한 동학개미는 달랐다. 순매수 상위 30위 종목 중 대형주가 25개로 크게 늘었다. 2019년 LG화학 1개에 그쳤던 시가총액 10위권 종목도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현대차, 네이버, SK하이닉스 등 5개로 늘었다.

대형주가 아닌 5개 종목도 셀트리온헬스케어, 카카오게임즈, 제넥신 등 코스닥 '간판 종목'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104위), 신세계(111위)였다.

새해에도 개인은 대형주를 주로 담았다. 5거래일 동안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역시 시가총액 1위 대장주 삼성전자(2조540억원)였다. 삼성전자우(3570억원)도 순매수 상위 4위에 올랐다. LG전자(5227억원), SK바이오팜(3813억원), 셀트리온(1206억원) 등 나머지 5위내 종목도 모두 대형주다.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판다…마이너스 수익률에서 17%로 '껑충'

개인들이 대형주를 주로 사들이는 등 매수 패턴에 변화를 주자 수익률 역시 1년 사이 크게 늘었다. 개인투자자가 2019년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20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0.02%였다. 가장 낮은 수익률을 낸 종목은 에이프로젠KIC로 -65.06%였다. 순매수 상위 20위 종목 가운데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종목은 아시아나항공(30.59%)이 유일했다. 코스닥 순매수 상위 20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8.25%였다. 가장 수익률이 낮았던 종목은 신라젠(-80.20%)이다.

지난해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 20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7.63%로 늘었다. 코스닥의 경우 40.33%로 증가했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플러스 수익률이 난 종목은 2019년 1개에서 카카오(153.75%), 삼성전자우(62.11%), 현대차(59.34%), 네이버(56.64%), 삼성전자(45.16%) 등 8개로 늘었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던 종목은 2019년 18개에서 S-Oil(-27.39%), 신한지주(-26.07%) 등 7개로 줄었다.

코스닥에서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종목이 2019년 10개에서 메디톡스(-36.30%), 에스엠(-22.63%) 등 3개로 줄었다. 플러스 수익률은 낸 종목은 8개로 이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수익률은 213%에 달했다.

외국인, 기관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던 수익률 격차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올해 순매수 상위 20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을 보면 외국인 7.87%, 기관 16.73%, 개인 7.87%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급등세를 보일 때 개인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보이고 있다. 저점 매수와 고점 매도라는 현명한 투자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들어 코스피 지수가 단숨에 3150대로 치솟은 지난 8일 외국인은 1조6000억원 순매수에 나선 반면 개인은 5600억원을 순매도했다.

(자료사진) © News1 박지혜 기자

◇'열공'은 기본…모의투자부터 계량분석까지

동학개미가 진화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이른바 열공이다. 지난해 여름 주식투자에 뛰어 든 A씨는 매일 눈을 뜨자마자 뉴욕증시 등 해외 주식 상황부터 챙긴다. 이후 출근하며 주식 관련 유튜브 영상 여러개와 각종 증권사 리포트 등을 챙겨본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 A씨는 매월 한 차례씩 관심이 가는 종목의 수익률을 내고, 신고가 대비 오름폭을 계산하는 등 계량분석 시간도 갖는다. 여기에 모의투자까지 몇차례 벌인 후에야 드디어 실전에 뛰어든다.

A씨는 "보수적인 편이라 주식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우연히 테슬라 자동차에 관심을 갖다 테슬라 주식을 접하게 됐다"며 "늦게 시작한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자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동학개미의 열정에 신사임당(125만명), 슈카월드(107만명), 삼프로TV(100만명) 등 구독자수가 100만을 넘어야 받을 수 있는 '골드버튼'을 받은 주식 관련 유튜버들도 점차 늘고 있다. 증권사 중에서도 '실버버튼(구독자수 10만 이상)'을 받은 곳이 3곳이나 나왔다.

서점가에도 '동학개미 열풍'이 휩쓸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재테크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8.2% 급증했고 주식·증권 분야 도서 판매량은 200% 늘었다. 베스트셀러 20위권에도 김승호의 '돈의 속성', 존리의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윤재수의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등 주식 투자와 관련한 책 상당수가 자리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기록적 순매수 랠리를 이어가며 증시 주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저금리 환경 지속과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주식을 대안으로 삼는 투자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금리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가계소득 증가 속도 역시 정체되면서 적극적 자산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주식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개선됨에 따라 개인 주식거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식 비중 확대 여력과 풍부한 매수 자금으로 지수 하단을 더욱 견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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