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코로나 장발장 없앤다

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2021. 1.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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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모두 내려놓고 그냥 오시면 된다"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굶주림 겪는 이들에게 큰 힘
귤, 구운감자, 잼 등 일반 시민들의 기부 행렬도 이어져
31개 시·군에 코너 추가 설치..노숙인 위한 사업도 마련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지하 2층에 마련된 '경기도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 (사진=이준석 기자)
폭설이 내린 지난 7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지하 2층에 마련된 성남열린푸드마켓에 40대로 보이는 남성 3명이 쭈뼛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세 사람이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름과 주소를 적자 마켓 직원은 이들에게 라면, 즉석밥, 음료, 마스크 등이 담긴 비닐봉지를 건넸다.

곧바로 인근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밖으로 나왔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입김으로 양손을 녹여가며 허기를 달랬다.

한 남성은 "일용직 자리도 구하지 못해 3일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며 "덕분에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전 광명시의 시립광명푸드뱅크마켓. 깡마른 70대 할아버지가 한 여성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에 다양한 음식과 생필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준석 기자)
할아버지가 며칠째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집안에만 머물러 있는 사실을 알게 된 이웃 여성이 그를 마켓을 데리고 나온 것.

할아버지의 신분증을 통해 거주지 확인 절차를 거친 마켓 직원들은 할아버지를 음식이 놓인 선반으로 안내했다. 선반에는 라면과 통조림, 마스크 등이 진열돼 있었고, 할아버지는 이 가운데 다섯 가지 물품을 고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물품을 담으며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마켓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지원한 물품을 진열해 놓고 이용객에게 필요한 물품을 고르게 하고 있다"며 "부족한 물건은 기존에 마켓에서 보관하고 있던 것들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발장 보듬는다…이재명 지사의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극빈층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제2의 장발장을 막기위해 마련한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시설을 찾는 경기도민은 누구나 최소한의 음식과 생필품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기(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에 오실 때는 모두 내려놓고 그냥 오시면 된다"며 "터널 끝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과 함께. 그러려면 일단 살아야겠지요. 먹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드린다. 그냥 드린다"며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

시립광명푸드뱅크마켓을 찾은 이용객들. (사진=이준석 기자)
지난해 12월 29일과 이달 6일 성남과 광명, 평택 등 세 곳에서 문은 연 이후 최근까지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사를 제공받았다.

경기도는 이달 중 31개 시·군별로 복지시설 중 1곳씩을 선정,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추가로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또 부천시, 의정부시에 있는 노숙인 시설 2곳에서는 이달 중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냉장고'를 설치해 인당 1일 1회 당일 물량 소진 시까지 떡을 무료로 제공한다.

수원시, 성남시, 안양시, 안산시, 시흥시에 있는 노숙인 시설 5곳에서는 시설 방문이 어려운 노숙인들에게 음식 쿠폰을 따로 지급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금은 기부물품을 전달하고 있지만 조만간 예산을 책정해 물품을 대폭 늘릴 방침"이라며 "배고픈 분들은 언제나 눈치 보지 말고 코너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힘든 분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도움의 손길 이어져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코너가 생겼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반 시민들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일 한 모녀는 성남열린푸드마켓 찾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해달라"며 귤 한 박스를 건넸다.

한 직장인은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 100장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고 싶다며 시립광명푸드뱅크마켓의 문을 두드렸다.

아울러 직적 만든 잼, 구운 감자 등을 나누고 싶다는 사람도 생겨나 드림 코너를 찾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한 기부자는 "모두가 어려운 때이지만 다같이 힘내자는 의미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드리고 싶었다"며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 따뜻한 봄날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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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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