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한국증시]④ 경제는 선진국, 증시는 신흥국.. MSCI 편입 언제쯤

이경민 기자 2021. 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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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더 많이 유입되려면 한국이 현재 편입돼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에서 MSCI 선진국지수로 갈아타야만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2위로, 경제 규모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MSCI 측은 한국에 역외 원화 거래 시장 개설 등 외환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미루고 있다.

정부는 환율 주권 등의 문제로 외환 시장 개방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역외 원화 거래 시장 개설 등 MSCI 측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국내 주식 시장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픽=김란희

◇ MSCI 선진국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 60조원 확보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약 60조원 규모의 안정적인 외국인 순매수 기반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이 신흥국지수에서 빠지면 순유출 규모는 약 140조원인 반면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순유입 규모는 20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이 실장은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전체 지수의 약 1.8%(200조원)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한국이 속한 신흥시장 지수 규모는 1조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한국은 약 12.8%(140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한국 GDP는 1조6463억달러로 세계 12위, 국민총소득(GNP)은 1조6606억3000만달러로 11위 수준이다. 현재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 국가는 총 23개국으로 한국이 편입될 경우 9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MSCI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국 지수사업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는 2009년에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시켰다.

MSCI는 한국 시장에 옴니버스계좌(외국인 투자자가 외국 중개업자의 단일계좌를 통해 통합주문하는 시스템) 도입, 외국인 아이디(ID) 제도 개선, 지수사업 독점 규제 완화, 역외 원화 거래 시장 개설 등을 요구해왔다.

이 중에서 옴니버스 계좌는 2017년부터 도입돼 다수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한 계좌에서 주문·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외국인 ID 제도도 외국인의 거래 내역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됐다.

지금 남은 가장 큰 과제는 역외 원화 거래 시장 개설로 이 제도는 원화를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금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에 있는 금융사를 통해 원화로 환전한 이후에 국내 금융상품을 주문·결제를 할 수 있다. MSCI는 국내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해외 현지 금융사를 통해 바로 매매하는 동시에 환노출에 대한 위험분산을 자유롭게 하기 원한다.

그래픽=김란희

◇ 득실 뚜렷한 외환시장 개방…"필수" VS "우려"

역외 원화 거래 시장 개설을 찬성하는 국내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통화를 개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 금융시장 개방에 보수적인 입장이라 외국인의 투자 접근이 제한됐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최근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홍콩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는 기회를 틈타 한국의 우수한 금융 서비스를 국제화하기 위해서라도 외환 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외환당국은 원화 국제화를 고려해 원화 역외거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는 분위기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조건이라 할지라도 외환 시장의 안전성이나 변동성 등을 두루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유사한 형태로 거래가 가능한 만큼 현물환 거래의 필요성이 시급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현재 현물환으로 직접 거래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선물환으로 충분히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다"며 "계속 고민하며 논의하는 입장이지만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환당국 관계자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한 가지만 보고 추진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원화의 국제화 측면에서 신중하게 준비해야 하고 여건도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만큼 환 개방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2015년 중국 상하이에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열렸을 때도 원화의 변동성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원화 국제화는 신중히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입을 포함한 경상거래에서 원화 국제화 범위를 넓힌 뒤 자본거래로 확장해야 한다는 게 외환당국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MSCI지수 구성 종목과 비중이 재조정(리밸런싱)될 때마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나타나 선진국지수 편입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
이라면서도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는 당국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정부는 시장을 개방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위기 때 극단적인 원화 약세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원화 국제화로 시장 규모가 커지면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원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어 수출 기업 배려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 적당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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