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물먹는다"..여름 침수차 2만대, 중고차시장 침투중
추정 손해액 1157억원, '역대급 피해' 발생
자차보험 미가입차량 포함하면 3만대 침수
침수 망각과 성수기 노려 중고차시장 침투
망각하면 당한다. 잊혀가던 여름 악몽이 겨울에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여름 50일 넘게 발생한 장마와 잇단 태풍으로 2만대가 넘는 침수차가 발생했다.
덩달아 침수 흔적을 없앤 지난 가을부터 '전과 세탁차'들이 중고차시장에 몰래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 침수차 유입 사례를 감안할 때 중고차가 잘 팔리는 성수기인 봄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침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같은 해 9월2일~10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침수 및 낙하물 피해 차량 접수 건수는 1만1710건이다. 손해액은 309억원으로 추산됐다.
7~9월 장마와 태풍으로 접수된 피해 건수는 2만1194건, 추정 손해액은 1157억원에 달한다.
'역대급 피해'다. 접수 1건당 1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하면 2003년 9월 태풍 매미(4만1042대), 2012년 태풍 볼라벤·덴빈·산바와 집중호우(2만3051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손해액은 역대 '최악'이다. 1157억원으로 피해 차량이 가장 많았던 태풍 매미(911억원) 때를 뛰어넘는다.
보험사에 접수되지 않은 침수 피해 차량도 많다.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가입해야 보험사에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접수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지난해 1분기 자차보험 가입률은 71.5%다.
단순 산정하면 침수차 10대 중 3대는 손보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정도만으로도 침수차는 3만대가 넘는다.
'침수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자차보험 가입자가 '자의든 타의든' 자비로 수리했을 가능성도 있다. 부분 침수됐을 경우 전문가도 알아채기 어려울 수준으로 침수 흔적을 없앨 수 있다.
침수차는 차량 소유자에게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침수차가 중고차시장에 몰래 흘러들어와 2·3차 피해자를 양산하고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고차 대란'이 발생한다.
금속·전기장치로 구성된 자동차는 물과 상극이어서 '물 먹은' 뒤에는 고장을 잘 일으켜 중고차로 처리하거나 폐차하는 소유자들이 많아진다.
'사면 물먹는 차'라고 부르는 침수차는 침수 즉시 중고차로 판매되지 않는다. 한두달은 지나야 중고차시장에 유입된다. 침수차를 수리하거나 흔적을 없애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비업계는 침수차 수리가 까다롭다고 말한다. 범퍼·도어 파손과 같은 일반적인 수리와 달리 '속'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악취도 제거해야 하기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소비자들이 침수차 발생 사실을 망각하는 시점을 노리기도 한다. 여름·가을에 주로 발생하는 침수차는 3개월 이상 흐른 겨울과 이듬해 봄에 나올 때가 많다.
더군다나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차 상태를 다른 때보다 자세히 파악하려는 의지가 줄어든다. 봄은 중고차 시장 최대 성수기다.
매년 1~5월에는 차를 처음 사보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생애 첫차 구매자 등도 많아진다. 차를 잘 모르기에 침수차를 속여 팔기 쉽다.
악덕 호객꾼에게 1~5월은 최대 성수기이기도 하다. 고객이 ‘호갱’이 된다.
자동차시민단체 및 정비업계 전문가들도 여름~가을에 발생한 침수차는 침수된 지 한두달 지났을 때보다는 겨울과 봄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침수차를 속아 사지 않으려면 침수차 흔적을 찾아내야 한다. 침수차 흔적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안전벨트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감아보면 끝부분에 흙이나 오염물질이 묻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안전벨트만으로는 침수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침수차를 속여 파는 악덕 딜러나 정비업자 대부분은 안전벨트를 새 상품으로 교체한다.
또 침수차 흔적이 되는 실내 악취나 금속 부위 녹 등 눈에 보이는 침수 흔적을 없애 자동차 전문가가 시간을 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무당 침수차 구별법'이다. 악덕 딜러들도 안전벨트가 깨끗하다, 녹이 없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물 흔적이 없다 등의 말로 침수차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인다.
침수차를 가장 효과적으로 골라내려면 우선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해야 한다.
카히스토리에 접속하면 침수차 조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즉시 침수차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자동차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다.
맹점은 있다. 자차보험에 가입했지만 침수 피해를 자비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과'를 남기지 않는 차들을 걸러낼 수 없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판매자가 침수차가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정비 이력을 파악해야 한다.
'자동차365'에서는 정비이력은 물론 검사이력, 침수여부, 사고이력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7~10월 하체, 시트, 엔진오일 등이 집중적으로 교환됐다면 침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약사항에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두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정비 전문가와 함께 중고차를 구입하려 가는 '중고차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중고차 기업의 품질 보증 서비스, 수입차 브랜드나 할부금융회사가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를 구입하면 침수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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