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폭동 때 "바이든 인준 늦춰달라" 전화 돌린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폭동’ 당시 의회 의사당 복구는커녕 대피 중인 상원의원들에게 ‘조 바이든 당선인의 인준을 늦추라’는 청탁 전화를 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현지 시각) CNN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친(親) 트럼프 시위대가 워싱턴DC의 의회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한 상원의원에게 전화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인준을 늦추기 위해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연기해달라’고 설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명이 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다. 이 중 수백 명은 의사당으로 난입해 원형 홀까지 점거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의 시위대 점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의회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의사당 난입 사태로 상·하원 합동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전화해 "토미 튜버빌 의원이냐"고 물었다. 공화당의 튜버빌 상원의원에게 전화한다는 것이 리 의원에게 잘못한 것이다. 당시 리 의원은 시위대를 피해 대기실로 대피한 상태로 같은 장소에 있던 튜버빌 의원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튜버빌 의원과 10분 정도 통화를 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인준을 더 늦추기 위해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하라"고 설득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도 리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줄리아니도 튜버빌 의원 대신 리 의원에게 잘못 전화를 걸었는데, 리 의원이 전화를 받지 않자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오늘 오후 8시에 의회 회의가 재소집되는데, 내일까지 이를 연기했으면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재소집 된 이후에도 상원의원들에게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6일(현지 시각) 사상 초유의 시위대 난입 사태가 벌어지자 하원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이 긴급대피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번 사태를 계획적으로 선동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지지자들에게 과격 시위를 선동한 정황이 속속 확인돼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3일 대선 이후 수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각종 언론 인터뷰·연설·소셜미디어(SNS)에서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지지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시드니 파월 변호사,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선거 사기’ 주장에 앞장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현재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미국 사법당국은 폭동을 벌인 시위대에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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