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의 전설, 캡틴큐와 나폴레온 [명욱의 술 인문학]

그래서 숙취의 전설은 이 술들로 시작한다. 특히 캡틴큐는 마시고 난 다음 날 숙취가 없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유는 숙취가 심해 다다음 날, 이틀 뒤에 깨어나기 때문. 이러한 점 때문에 캡틴큐를 마시면 미래에 갈 수 있다(깨어나보니 내일 모래가 돼 있어서)는 말이 애주가 사이에서 회자한다. 당시 방송된 TV 광고 패러디도 많았다. 이 제품을 만들었던 곳은 L사. 광고 코멘트 중 하나가 “L사가 드리는 또 다른 양주의 세계”가 “L사가 드리는 또 다른 가짜 양주의 세계”로, “양주의 선택 범위가 넓어졌습니다”는 “기억의 삭제 범위가 넓어졌습니다”로 대신 불렸다. 그렇다면 캡틴큐와 나폴레온의 차이는 뭐였을까? 나폴레온은 말 그대로 프랑스 코냑을 추구했다. 와인을 증류한 프랑스 코냑 지방의 브랜디로, 당시 알코올 도수는 35도였다. 흥미로운 것은 나폴레‘옹’이 아닌 나폴레‘온’이라는 것.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바로 나폴레옹이 코냑 등급을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것. 코냑은 주로 숙성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데, 2년 이상 숙성한 등급 표기는 V.O(Very Old), 4년 이상은 VSOP(Very Special Old Pale),, 6년 이상은 나폴레옹, 동급 또는 그 윗급은 XO(Exta Old), XXO(Extra Exta Old)로 표기한다. 즉, 나폴레옹이라고 표기하면 코냑의 등급이 6년 이상인 최상급을 뜻하기 때문에 해당 명칭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두 술은 사라진다. 양주인 줄 알고 마셨던 소비자들은 가짜 양주인 것을 알아차리면서 갖은 불만이 나오면서다. 캡틴큐는 2015년 사라지고, 나폴레온은 2018년 이후로는 거의 생산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만나기 어렵다니 그래도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떠난 후에야 그리워하는 모습. 사람이나 술이나 다 매한가지인가 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 사회학과 졸업. 현재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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