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2의 농구인생 시작된 배강률 "이제 초록색 심장이 뛴다"

김용호 2021. 1. 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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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은 누구에게나 좋은 기회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릴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현역 연장과 은퇴라는 갈림길에 서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5월 DB가 은퇴 기로에 서있던 배강률에게 손을 내밀었다. 1년 시간이 주어졌다. 배강률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와도 같았다. 지금 배강률은 그 시간을 기회로 만들고 있다. 그에게 2021년 5월은 분명 다른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FA 1년 계약, 후회 없는 선택

배강률은 2014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순위로 서울 삼성에 지명되어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뗐다. 그러나 입단 동기였던 김준일이 주축으로 자리를 잡는 동안 그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2019-2020시즌까지 배강률은 삼성에서 정규리그 통산 27경기에 출전, 총 95분 4초를 뛰는 데에 그쳤다. 삼성과 계약 기간이 끝나고 FA 시장에 나온 배강률의 손을 잡아준 건 DB 이상범 감독이었다. 김종규의 백업 역할과 동시에 포워드 라인 강화가 필요했기에 배강률을 선택했다. 배강률은 계약 기간 1년, 보수 총액 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백업 자원 보충이 목적이었기에 배강률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질 지는 미지수였다. 배강률은 그러나 천금 같은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았다. 친정팀인 삼성과 시즌 첫 경기에서 13분 1초 동안 8득점 3리바운드 1스틸 2블록으로 존재감을 제대로 떨쳤다. 더욱이 시즌 초반 김종규까지 부상을 당했던 상황에 배강률은 개막 5경기 만에 삼성에서 뛴 시간 보다 더 많은 기회를 받았다.

덕분에 올 시즌 첫 휴식기에 만난 배강률은 “지금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DB행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하게 많은 시간을 뛰고 있지만, 힘든 건 1%에 불과하다. 99%가 행복 그 자체다. 사실 시즌 초반에 뛰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바로 공감하진 못했다. 하지만 한 경기씩 치르다보니 어느새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좋았다. 이게 정말 경기를 뛰는 행복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전과는 다른 농구인생을 살게 된 그에게 일어난 변화도 많다. 인사이드 궂은 일 외에도 찬스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던지는 3점슛은 DB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에 배강률은 “3점슛은 올해 비시즌까지도 잘 던지지 않았다. 뭔가 모르게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상범 감독님이 들어가지 않아도 던지라고 하셨다. 내 슛이 안 들어가도 리바운드만 잡으면 또 다른 플레이가 파생되지 않겠냐며 말이다. 정규리그를 뛰다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 줄 알았다. 덕분에 점점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라고 성장 중인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올해 5월에는 웃길 바라면서
브레이크를 기준으로 배강률은 DB가 치른 정규리그 16경기에 모두 나섰다. 평균 24분 21초를 뛰며 7.8득점 4.5리바운드 0.9어시스트 0.9스틸로 잊지 못할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 행복 속에도 냉정한 현실은 존재한다. 배강률은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 신분이 돼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


배강률은 “FA 계약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면 떨리고 긴장되는 이들이 있을 거다. 나도 작년에 그랬다. 그래서 올해 다시 FA가 되면 이번에는 한 번 떨지 않고, 웃으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다”라며 희망찬 앞날을 그렸다.

 

배강률에게 2020년과 2021년의 협상 테이블은 분명 다를 것이다. 기회의 땅에서 자신의 간절함을 충분히 보였고, 더욱이 지금은 그의 옆에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김종규라는 든든한 벽이 있다. 배강률은 “종규 형이 시즌 초반에 부상으로 잠깐 쉬었는데, 같은 포지션의 선수가 사라지니 나도 불안해지더라. 개막 3연승을 할 때 자신감이 사라지고 초조해졌다. 선수로서 부끄러운 말일 수도 있지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벽같았던 형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형이 항상 틈틈이 격려를 많이 해줘서 기운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내가 가끔 벤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면 종규 형이 도와주곤 했다”라며 김종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강률은 지금 농구인생의 마지막 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 순간이 간절하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정규리그 전 경기를 뛰어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충족시켜가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배강률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보이지 않는 기록에서 공헌도를 쌓아나가고 싶다. 나는 이번 계약이 끝난 뒤에도 DB에 남고 싶다. 친정팀인 삼성도 고마운 팀이지만, DB는 내가 농구에 눈을 뜨게 하고 제2의 농구인생을 열어준 팀이다. 또 다른 길을 펼쳐주게 한 팀이기 때문에 초록색 심장을 품으며 DB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라고 솔직한 포부를 전하며 다시 코트로 향했다.

#배강률 프로필_1992년 3월 3일생, 포워드, 196cm/90kg, 용덕초-전북중-전주고-명지대

 

#사진_점프볼DB(홍기웅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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