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서 물놀이 20대 왜 숨졌을까.."공사로 50cm 수심 2.5m로 깊어져"

김도우 2021. 1. 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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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로 수심 깊어져 vs 공사때문인지 불확실 
아버지 "하천 설치한 철골이 하천흐름에 영향" 
시공사 "웅덩이 생긴 이유 공사때문인지 불확실"
물에 빠져 숨진 20대 수사..시공사 직원 입건
친구와 술 마시고 물놀이하다.."공무원도 처벌" 
지난해 8월 18일 물놀이를 하던 20대가 숨진 전주 대성동의 한 하천. 이곳은 사고난 현장 수심이 50㎝ 안팎이지만 공사를 위해 지어진 다리 아래쪽은 큰 웅덩이가 생겨 수심이 2.5m 인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유족측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2020년 8월 18일 전라북도 전주시 대성동 색장리에 있는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다 2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 측은 사고 원인이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공사 현장에 시공사가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개인 과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고는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설치된 임시 다리(교량) 아래에서 일어났다.

전주에 사는 A씨(당시 23)는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친구 4명과 동네 인근의 전주천을 찾아 물놀이를 하던 도중 숨졌다.

깊이가 무릎 수준인 인근 하천과 달리 크게 패인 웅덩이에 빠지면서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관련자를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9일 경찰과 유족에 따르면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현장소장 등 공사 직원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조사한 시공사 팀장급 직원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공사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 혐의나 진술 내용 등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는 “사고가 발생한 곳은 바닥이 매우 약한 곳이어서 임시 교량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도 전주시는) 이곳에 점용 허가를 내주는 부실 행정으로 사망사고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A씨 아버지는 이어 “(전주시는) 하천에 대한 유지와 보수, 관리 등을 맡는 책임 당사자”라며 “사고와 관련된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른쪽 아래 부근이 20대 박씨가 숨진 장소. 사고 당시에 없던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유족 제공

■ 웅덩이는 사고 수일 전 폭우로 더욱 깊게 파여
A씨의 아버지 박씨가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에 따르면 박씨의 아들이 빠진 웅덩이는 임시 교량을 만들기 위해 하천 바닥 평탄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서 만들어졌다.

웅덩이는 사고 수일 전인 지난해 8월 7일과 8일, 거센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압과 물살에 의해 더욱 깊게 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씨는 “만약 행정기관에서 하천 상태를 점검했더라면 아들이 살 수 있었다”면서 “하천담당 공무원의 행동은 단순한 직무 태만이 아닌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전주완산경찰서에 전주시 완산구청 전·현직 공무원 11명과 현장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시공사의 현장관리소장과 안전관리 책임자, 주감독 등 총 1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또 나머지 공무원 11명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유족은 이곳 하천은 수심이 깊지 않은데 사고 현장은 공사로 웅덩이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사진=유족

■ 공사로 수심 깊어져 안타까운 사건 벌어져
해마다 여름이면 이곳을 찾아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기던 A씨는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방문했다고 한다.

기존 50~70㎝에 불과했던 수심이 인근 공사로 갑자기 2.5m로 깊어지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당시 함께 물놀이를 즐기던 친구들은 공사장 작업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가장 앞쪽에 있던 A씨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사고 후 A씨의 아버지는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사가 미리 매립 등의 조치를 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절규했다.

이어 “임시교량을 만들기 위해 시공사가 하천에 설치한 철골 기둥이 하천 흐름에 영향을 미쳐 깊은 웅덩이가 생겼다”며 “사고현장 주변에 안전 표지판이나 접근 금지를 위한 안전줄 등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물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들은 수심이 얕은 줄 알고 물에 들어가다가 5분도 안 돼 웅덩이에 발이 빠져 숨졌다”며 “사고가 난 현장 인근 하천은 매년 시민들이 물놀이를 위해 모여드는 곳으로 안전 표지판 설치가 필수인데도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설치됐다”고 지적했다.

시공사 측은 “웅덩이가 생긴 이유가 다리 공사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데다 현장 근로자들이 한차례 피해자를 제지했는데도 주변에서 술을 마신 뒤 다시 하천으로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관할 완산구청은 “점용허가 후 안전 관리는 시공사 등이 한다”며 “사고현장 주변은 원래 성인 남성 무릎 아래로 물이 찰 정도로 수심이 깊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시설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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