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김정은, 대남·대미 입장 공식화..한반도 정세 어디로

이현희 2021. 1. 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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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연합뉴스TV 지성림 북한전문기자>

[앵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대남·대미 입장을 보셨는데요. 이번 메시지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통일부 출입하는 정치부 지성림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남북관계가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김 위원장의 대남 메시지부터 살펴보시죠. 핵심 내용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김 위원장은 우선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4·27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측 당국이 방역협력, 개별 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를 제안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가 계속해서 제안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은 본질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김 위원장은 남측이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지하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계속 외면한다면서 남북 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군의 전력증강 계획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이 남북관계의 본질이라고 보는 겁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 여부는 전적으로 남측 당국의 태도에 달렸다며 남북 선언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현시점에서 남조선 당국에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며 자신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남북 합의 이행을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남북 간에 분명한 인식의 차이가 있군요.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이번 대남 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기는 내용도 있다던데요?

[기자]

네, 김 위원장은 대남 메시지에서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두 차례나 언급했습니다. 남측 당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남북이 잘 노력하면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관계가 '3년 전 봄날'과 같이 평화의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 이를 긍정적인 메시지, 또는 희망적인 언급이라고 평가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 비관적이냐, 대남위협이냐, 이렇게 보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노동당 대회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당대회에서 내놓는 메시지가 말 그대로 '국가 노선'입니다. 김 위원장이 사업총화 보고에서 밝힌 대남 노선은 앞으로 자신들이 어떠한 기준과 원칙으로 남측을 상대할지를 남측뿐 아니라 북한 노동당원과 주민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메시지는 "남측이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도 더는 선의를 보일 생각이 없고, 남측의 태도 변화가 있으면 우리도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이런 원칙을 얘기한 겁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이 메시지가 긍정적이냐, 비관적이냐, 이렇게 평가하기보다는 어떤 상황과 변수에 따라 이러한 원칙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앵커]

그러니까 김 위원장이 이번 메시지에서 남북관계의 방향을 제시했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원칙과 요구 조건을 밝힌 것이다. 이런 얘기인 거죠?

[기자]

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엄청 알콩달콩 지냈던 연인이 있는데 어쩌다가 둘 사이가 냉랭해졌습니다. 한쪽은 상대방에게 계속 잘 지내자고 하는데 다른 쪽은 불만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불만을 확실하게 밝힙니다. 그러면서 "일단 지금 우리가 완전히 헤어진 건 아니야. 너의 태도 변화가 있다면 우리 관계는 예전처럼 되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네가 변하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이렇게 얘길 하는 거죠. 이런 상황과 비슷하게 남북관계가 희망적이냐, 아니면 완전히 파탄 난 거냐, 아직은 예단할 수가 없죠. 현재로서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공을 넘긴 상태라고 평가하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더 현실적으로 평가한다면 북한의 '명분 쌓기'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만큼 오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이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2018년 이후 한미훈련은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됐지만, 북한은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측에 완전 중단을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럼 미국을 향해서는 어떤 메시지를 내놨습니까. 새로운 제안이나 요구 조건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기자]

네. 남측에는 관계 개선의 여지를 좀 남기기도 했지만, 미국에는 좀 더 강하게 얘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적대정책 철회'라는 기존의 요구를 반복했을 뿐 새로운 제안은 없었습니다. 우선 오는 20일 이뤄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겨냥해 "누가 집권하든 미국의 실체와 대북정책의 본심을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새 행정부에 대해 큰 기대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특히 미국을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대외활동의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을 제압한다, 이런 표현은 자신들의 전략적 지위가 미국과 대등해졌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인지 김 위원장은 이번 사업총화 보고에서 많은 부분을 핵무기 등 전략무기 개발 성과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핵 개발 계획을 밝히는데 할애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핵무기 개발 성과로 미국과 힘을 겨룰 만큼 강해졌으니, 미국이 군사적 위협으로 나오면 자신들도 미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것이고, 미국이 대화와 협상을 제안하면 자신들도 그에 응할 수 있다, 이런 기본 원칙을 다시금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핵 개발 성과를 많이 자랑했다고 하는데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주장을 또 했죠. 그러면 이젠 비핵화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로 봐야 하나요?

[기자]

네, 김 위원장은 북한이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면서 적대세력이 자신들을 겨냥해 핵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앞으로도 계속 핵기술을 고도화하고, 각종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점이 눈길을 끄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 협상' 보다는 '핵 군축 회담'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 않냐, 이렇게 전망해봅니다.

[앵커]

참, 한반도 정세가 안갯속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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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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