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년 만의 승리.. 유령성형 위자료 5000만원 [김기자의 토요일]
G성형외과 피해자 중 2번째 사례
법원 "기망 넘어 신체 침해행위"
유사 피해사례 소송 이어질 듯
병원, 판결 불복 항소장 제출
[파이낸셜뉴스] 한국 3대 성형외과로 꼽혔던 G성형외과에서 유령수술을 당했다며 피해를 주장한 시민들이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들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주관하리라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마취된 뒤 치과의사 혼자 들어와 수술을 한 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민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선 이례적으로 마취 후 의사를 바꾼 행위를 ‘원고의 신체에 대한 위법한 침해행위’라고 명시해 눈길을 끌었다.
G성형외과 전 원장 유모씨와 실제 집도한 치과의사 등은 불복해 항소했다.
유 전 원장은 유령수술 형사1심 재판에서 사기 혐의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돼 구속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유령성형' 피해자 손배소 승소 이어져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정우정 판사는 지난해 말 G성형외과 전 원장 유모씨와 아내 최모씨, 이 병원 봉직의로 근무한 치과의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 김모씨와 한모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2013년 8월 유씨와 최씨가 공동 운영하는 G성형외과에서 수술비 380만원을 내고 광대뼈축소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G성형외과 소속 성형외과 전문의 배모씨로부터 수술을 받기로 하고 수술 당일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김씨가 마취된 뒤 실제 수술을 이모씨가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씨는 치과의사였다.
또 다른 피해자 한모씨는 같은해 1월 이 병원에서 수술비 1350만원을 내고 양악수술과 윤곽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한씨는 당시 원장이던 유씨에게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실제 수술은 치과의사 김모씨가 맡아 했다.
이 사건은 2013년 12월 강원도 삼척 소재 여고 3학년이던 장모양이 이 병원에서 쌍까풀과 코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져 숨진 사건 뒤 알려지게 됐다. 사건 이후 장양 친구들이 단체로 병원 앞에서 상경시위를 벌여 언론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으며 G성형외과 운영실태가 조금씩 드러나게 된 것이다. <본지 2020년 9월 20일. ‘[단독] 한국 첫 유령수술 사건 '2라운드'..유죄받은 원장 또 피소’ 참조>
특히 이 사건 피해자는 G성형외과에서 재수술을 받는 조건으로 법적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상황에서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병원과 부작용에 대한 합의를 했을지라도 유령수술 책임까지 따지지 않는다는 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유령수술 첫 형사사건 항소심도 주목
사건이 화제가 되며 진상조사에 나선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이 병원에서 유령수술이 수시로 일어난 정황을 다수 내보제보를 통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사회는 이 병원에서 유령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35명을 모아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유령수술 범죄성을 다룬 국내 첫 형사사건으로, 지난해 1심 재판부가 유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수사가 시작된 지 7년 만에 나온 판결이었다.
김씨와 한씨가 제기한 손배소도 형사 판결의 영향 아래 있다. 형사 1심 재판부가 “(이 사건 범행은)직업윤리의식 부재로 인한 도덕적 해이의 정도가 자정능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지에 관해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는 등 G성형외과의 범죄사실을 인정한 상황에서 민사책임을 물을 길도 열렸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G성형외과 유령수술 피해자 김모씨가 유씨와 최씨 등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해 9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유령수술 피해자들의 개별 민사소송이 속속 승소판결을 받음에 따라 재판부가 유령수술을 엄단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원 "집도의 임의교체, 위법한 침해행위"
이번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수술의 집도의가 누구인지(특히 해당과목의 전문의인지 아닌지)는 환자가 수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가장 주된 고려요소”라며 “원고에 대한 수술의사를 성형외과 전문의에서 비성형외과 의사로 임의 교체한 피고들의 행위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할 것으로 믿고 수술비용을 지급한 원고에 대한 기망에 해당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원고의 신체에 대한 위법한 침해행위”라고 적시했다.
특히 형사재판에서 판단된 기망을 넘어 ‘신체에 대한 위법한 침해’를 적시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사실상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유 전 원장 등 G성형외과 관계자 4명은 지난해 9월 이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위 한씨로부터 중상해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로 추가 고소돼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 유령수술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이 상해가 아닌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만 조사해 논란이 된 상황에서 7년 만에 사건이 바로잡힐지 관심이 집중된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 중 김씨에게 수술비 380만원과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유씨에 대해서도 수술비 1350만원에 위자료 5000만원을 인정했다.
피고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해 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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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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