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물결의 함정.. 감성 정치 매몰 안 돼 [정지혜의 빨간약]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안해 챌린지 물결이 자칫 ‘감성 정치’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인이를 추모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행동하는 방식이라기보다 보여주기식 캠페인에 그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거부감이다.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 ‘정인아 미안해’라고 쓰자 많은 이들이 “그럴 시간에 아동학대방지법이나 빨리 처리하라”는 반응을 보인 이유다. 정치가 할 일을 감성이 가린다는 것이다. 아동정책은 아동의 피눈물을 먹고 자란다는 말은 이번에도 현실이 됐다. 정인이가 숨지고 나서야 국회는 아동학대방지법을 일사천리로 심사했다. 21대 국회는 이전까지 이 법안들을 한 차례도 심사한 적이 없었다.
온 국민이 나서서 미안해한다고 무엇이 바뀌느냐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이런 감성적 캠페인이 사태의 파급력을 급속도로 키워 지도층이 움직이도록 압박하는 효과는 있다. 다만 이것이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주체를 역설적으로 뒤로 숨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성적이고 실질적인 책임 소재 문책과 제도 개선이 병행되도록 끝까지 추이를 지켜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있는 법도 제대로 못 지켜 아동학대 참극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는 건 비극을 감정적으로 소비하는 것일뿐인지 모른다. 누군가는 자신의 도덕성을 과시하는 데에 아이의 참상을 도구로 쓰기도 한다.
정인이 이름이 계속 부각되는 등 피해자의 비극이 과도하게 조명된다는 점도 이 해시태그 운동을 우려스럽게 보는 시선 중 하나다. 피해자의 불행을 지나치게 전시하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든다는 이들이 많다. 정인이 사건이 일반에 재조명된 계기인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정인이 편 방송을 비롯해 많은 언론들이 채 두 살도 안 된 아이가 어떻게 학대 당했는지 등을 필요 이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마디로 옐로 저널리즘(원시적 본능을 자극하는 선정주의적 경향의 보도)이다.
친부와 양모에 의해 벌어진 ‘영훈이 남매 학대 사건’(1998년), 양모가 8세 딸을 학대 끝에 장 파열로 죽게 하고 열두 살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던 ‘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2013년), 초등 2학년 딸을 주먹과 발길질로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리고 부러진 뼈에 장기가 찔려 피하출혈로 죽음에 이르게 한 ‘울산 서현이 사건’(2014년), 사전위탁 기간 양부모에게 학대 당해 온 몸에 멍이 든 채 심정지 상태에 이른 4살 ‘은비 뇌사·사망 사건’(2016년) 등 정인이 사건을 제외해도 알려진 굵직한 아동학대만 이 정도다.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왜 비슷한 패턴으로 아동학대가 계속 일어나는지 파고들어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할 때가 아닐까.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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