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죽기살기로 달리는 정예림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 되도록"
[점프볼=김용호 기자] 하나원큐는 WKBL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가드들이 모여 있기로 유명한 팀이다. 공격형 포인트가드 신지현을 시작으로 돌파에 능한 김지영과 어시스터 강계리까지. 다채로운 가드들이 팀의 주축이 되기 위해서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린다. 여기에 정예림은 2019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1라운드 4순위 지명을 받아 가드 군단에 합류했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인 정예림은 언니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신뢰를 받겠다며 오늘도 농구공을 튀기고 있다.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노력의 결실을 봤던 퓨처스리그
프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정예림은 아직 완전한 1군 멤버가 아니다. 가드 자원이 많은 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으려면 정예림만의 확실한 무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예림은 올 시즌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그는 “데뷔 시즌은 정신도 없고, 적응이 덜 됐다는 느낌이 컸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팀 생활이든 농구든 적응이 많이 됐다. 언니들과 훈련을 하면서도 손발이 잘 맞아가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달라지는 자신을 바라봤다. 농구에서는 기본기를 더욱 단단히 하는 중이다. 정예림은 “운동을 하는 데에는 웨이트 변화가 가장 크다. 힘이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스피드와 파워에서 밀렸는데, 보완이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 입단을 했을 때도 기본기부터 잘 배워서 밑바탕을 다지는 게 목표였다. 그래야 언젠가 주축이 됐을 때 안정감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라고 현재의 정예림을 말했다.
정예림은 최근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에 열렸던 퓨처스리그에서 전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 하나원큐의 우승에 확실한 힘을 더한 것이다. 정예림은 4경기 평균 40분 50초를 뛰며 17득점 14.3리바운드 3.5어시스트 1.8스틸 2.5블록으로 맹활약했다. 가용 인원도 적었고,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까지 갔던 상황에 2년차 선수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긴 건 충분히 잠재력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대회를 회상한 정예림은 “전 경기 더블더블을 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부터 리바운드 가담을 꾸준히 했고, 하나원큐에 올 때도 이훈재 감독님이 그게 내 장점이라고 칭찬해주셨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먼저 하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번 퓨처스리그를 이끌었던 이시준 코치는 “정예림이 내 마음 속의 MVP다”라며 진심어린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정예림은 “코치님 인터뷰를 보고 정말 감사했다”라며 뿌듯함을 표한 뒤 “(이)지우 언니가 잘 했으니 당연히 MVP를 받은 거다. 그런데 코치님이 나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이 코치님은 평소에도 정말 많이 챙겨주신다. 특히 코치님의 현역 시절 악착같았던 모습이 내가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의지가 많이 되는 코치님이다”라고 말했다.
안정감 쌓아 신뢰 받는 선수로
정예림은 퓨처스리그가 열리기 전 이미 정규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10월 22일 청주 KB스타즈와 원정 경기에서 2분 45초 동안 4득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첫 1군 경기를 마쳤던 기억이 있다. 퓨처스리그가 끝난 이후에도 아산 우리은행과 홈경기에서 2분여를 뛰었다. 짧은 시간에 그쳤던 데뷔전을 돌아본 정예림은 “가비지 타임이어서 엄청 긴장되지는 않았지만, 정규리그이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데뷔전이 끝나고 나니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나를 더 보여주고 인정받아 오랜 시간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마침 그에게는 자극제가 되는 입단 동기도 있다. 지난해 정예림에 이어 2라운드에서 선발됐던 강유림이 올 시즌 예상을 깨고 1군에서 식스맨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정예림은 “유림 언니가 뛰고 있다고 해서 내가 빨리 뛰어야겠다는 급한 마음을 먹지는 않는다. 내 리듬에 맞춰 천천히 나아가려고 하는데, 그래도 팀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자극을 받긴 한다”라고 말했다. 정예림 스스로는 1군 진입을 위해 어떤 기준점을 두고 있을까. “같이 뛸 언니들이 나를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말을 이어간 그는 “프로 무대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파워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안정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특히 수비에서 언니들에게 밀리지 않고 인정받고 싶다”라고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정예림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충분하다. 악착같이 투지를 뽐내는 본인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각기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는 언니들의 무기를 흡수할 필요도 있다. 정예림은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도 언니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각기 다른 장점들을 다 배우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나만의 안정감은 꼭 찾도록 하겠다. 그래서 나중에는 언니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가드가 돼서 당당히 1군 무대에 서도록 하겠다”라고 밝은 앞날을 그렸다.
정예림 프로필_2001년 3월 20일생, 가드, 175cm/63kg, 신길초-숭의여중-숭의여고
#사진_WKBL 제공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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