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은 예산으로도 효율적 비대칭전력화 韓 메머드급 예산 갈팡질팡 비효율 운용 초음속미사일 표적 우려에도 경항모 추진 북잠수함 잡을 초계기 도입수량 부족하고 이지스함엔 北탄도탄 잡을 요격탄 없어 성능 떨어지는 F-35B 추가 도입 추진하고 해병대 공격헬기는 화물헬기 개량 논란 북진 위한 전차 전력 확충은 아직도 미흡 병역인구 감소하는데 병역기간까지 단축
[서울경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7일 진행된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미사일 등의 도입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한반도의 안보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한층 심각해져가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효율적인 전략을 짜야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헛발질 수준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대북군사억지력이나 작전운영 차원에서 효용성이 의심되는 사업에 대규모로 예산을 편성해 정작 중요한 전략자산이나 비대칭전력 확보 여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군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사업이다. 합동참모본부는 해군이 제기한 경항모(다목적 대형수송함-Ⅱ) 건조사업에 대해 지난달 30일 소요결정을 내렸다. 경항모 사업에 대해선 작전효율성 등을 놓고 반론이 만만치 않아 국회 국방위원회는 정부가 편성한 2021년도 경항모 사업예산 101억원중 100억원을 삭감해 제동을 걸었지만 합참은 국회의 우려를 무시하듯 해군의 경항모 타령에 손을 들어줬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작전환경을 고려할 때 항공모함은 주변국의 초음속 및 극초음속대함미사일은 물론이고 잠수함에게도 좋은 사냥감만 될 뿐이지만 군 당국은 이로부터 경항모를 보호할 변변한 호위함대 구성에 대한 밑그림도 부실한 상황에서 무작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반 대북핵억지력 차원에서 추진 의지를 밝혔던 핵추진잠수함 도입 프로젝트는 경항모 사업에 밀려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여권의 한 의원조차도 지난해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경항모사업이 추진되면 시급한 해군 전력강화 사업예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이나 잠수함 전력을 상시 탐지하고 유사시 타격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시급한데 한반도 주변 해역에선 쓸모도 없는 경항모사업에 수조원 이상 국방예산을 낭비하게 생겼다”고 “경항모보다는 우리의 잠수함과 초계기를 확충하고, 지상과 해상 방공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공중, 지상, 해상의 탐지자산들이 합동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 군 당국은 수년 전부터 해상초계기 선정을 고심한 끝에 미국 보잉사의 잠수함 사냥꾼인 ‘포세이돈’초계기를 도입하는 결단을 내렸으나 그마저도 빠듯한 예산으로 한계를 보였다. 주변 해역의 상시적인 순환 초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대수인 8대에 못 미치는 6대만 2023년까지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수상의 방공을 맡을 이지스함은 현재의 3척에서 향후 총 12대까지 확충(미지 이지스함 6척 포함)하기로 했으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SM-6는 아직 탑재하지 못했다. 현재 지상에는 주한미군이 전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와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리즈(PAC-2 등)가 있으나 주로 북측 방향으로 레이더가 고정 설치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잠수함을 도입한 뒤 우리군의 방공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하는 사각으로 잠행해 탄도탄을 쏘면 내륙 방어는 무방비상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전방위로 탐지가능한 이지스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구축함으로 사각지대를 감시해 단독으로 요격하거나 지상의 방공미사일과 연동해 합동교전방식으로 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단순히 구축함 대수만 늘리는 수준일 뿐 실질적인 탐지·추적·요격 방공체계 확충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 및 재래식 전력으로 전면도발 징후를 보이면 공격당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전략시설과 지휘체계를 타격하고, 후속으로 빠르게 북진해 올라 갈 수 있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국방당국의 정책결정도 구설수에 올랐다. 우선 북한 방공레이더망에 들키지 않고 은밀히 침투해 전략시설과 지휘부를 폭격하려면 스텔스전폭기를 확충해야 한다. 현재 우리 공군은 올해까지 지상발진형 스텔스전폭기인 F-35A 40대 도입을 완료해 전력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비·수리 등에 따른 가동률 저하를 감안하고, 중국 및 일본까지 포괄하는 항공전력 균형을 맞추려면 최소 60대는 필요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해왔다. 따라서 추가로 20대 도입이 기대돼 왔는데 우리 군은 정작 해당 20대의 물량을 지상발진형이 아니라 경항모에서 운영하기 위한 수직발진형 F-35B로 채택하기로 했다. F-35B는 F-35A에 비해 탑재 무장량이 떨어지고 연료량이 적어 유사시 대북 은밀침투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유사시 빠른 북진을 위해선 해병대의 상륙을 엄호할 공격헬기와 육군의 종심 돌파를 뒷받침할 고성능 기갑전력이 확충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상륙시 적의 집중 포화로 파괴되지 않고 해병대를 지원하려면 높은 방호력과 전천후 체공성능, 충분한 화력과 기동성을 갖춘 기종이 상륙공격헬기로 도입돼야 하지만 국방부는 국산 수송용 헬기인 마린온을 ‘무장형’으로 개발해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쉽게 말해 화물차에 총포를 달고 장갑차처럼 쓰겠다는 식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닌 현재 공격 헬기로서 운용되는 헬기를 해병대에서 원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설사 마린온을 개량한 상륙공격헬기가 제대로 개발이 된다고 해도 실제 전력화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당장 시급한 대북억제전력 확충의 타이밍에는 맞지 않는다.
기갑전력에 대해선 육군이 당초 4세대 국산탱크인 ‘ K-2흑표’를 600여대 도입하는 것을 기대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250여대(3차 도입물량 포함)까지만 도입키로 한 상태다. 대신 기존의 구형 주력전차인 K-1시리즈라도 최대한 빠르게 업그레이드해야 하지만 수입엔진 등의 도입 가격이 신규 전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아진 재정부담으로 인해 성능개량사업의 추진속도는 더디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로 병역자원은 줄어 병역자원의 숙련화를 하고 전쟁시 인력손실을 줄이도록 충분한 방호력을 제공해야 하지만 정치권은 표심을 사려는 포퓰리즘에 휘둘려 도리어 군복무기간을 급격히 단축해 숙련병 확보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고, 최소한 방탄복과 야간투시장비, 신형 소총 등의 보급은 거북이 걸음 수준을 걷고 있다.
북한이 열악한 예산과 산업기반, 한정된 기술력 수준으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빠르고 지속적으로 핵무력 등 비대칭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52조원대의 메머드급 혈세를 국방비로 쓰고 있음에도 우왕좌왕 비효율적인 정책운용으로 전력공백만 키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