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두려움이 생기는 역할을 선택하는 편"
원톱 주연으로 우뚝 선 '24년 차 배우' 조여정
(시사저널=하은정 대중문화 전문기자)
올해로 데뷔 24년 차의 베테랑 연기자 조여정. 그의 이름 앞에 '연기파 배우' '청룡의 꽃' '칸의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애초에 그는 동그랗고 귀여운 외모, 글래머러스한 몸매,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부각된 비주얼 스타였다. 그래서인지 꽤 긴 세월 동안 굵직한 '노출' 영화를 전담하다시피 하며 이미지를 굳혀 나갔다. 스스로도 그 시간이 슬럼프였을 것이다.
그러던 중,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작품을 만난다. 조여정의 필모그래피에 두고두고 회자될 작품, 바로 영화 《인간중독》(2014)이다. 조여정은 이 작품에서 기다렸다는 듯 전매특허인 '예쁨'과 '섹시함'을 툭 내려놓고, 춤추듯 자유롭게 연기한다. 극 중 '남편의 성공을 부추기는 극성스러운 아줌마'로 찰지게 연기 변신을 했는데, 어찌나 맛깔나게 소화하는지 외모에 가려졌던 연기가 고스란히 수면 위로 올라온 첫 작품이었다.
《인간중독》을 봤던 대중이라면 훗날 《기생충》(2019) 속 조여정의 연기를 보며 자연스레 《인간중독》을 떠올렸을 것이다. 두 영화 속 조여정은 매우 흡사한 연기를 펼치는데, 《기생충》에선 경험과 내공이 더해져 베테랑의 아우라가 풍긴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봉준호 감독은 《인간중독》 속 조여정을 보고 《기생충》에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담컨대, 조여정에게 《인간중독》이 없었다면 《기생충》도 없었다. 워밍업을 한 차례 했기에 더욱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조여정은 한 인터뷰에서 《인간중독》을 의미 있게 언급한 바 있다. "내 연기가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건 《인간중독》부터다. 거기서부터 나의 도전이 시작됐다. 기존 이미지와 충돌하는 캐릭터를 하면 관객 입장에서 더 놀랍고 새롭지 않을까 싶었다. 외모에 맞는 역할만 하면 '이면'이 없다. 반전이 있는 것을 해 보고 싶었다."
이렇듯 《인간중독》이 쏘아올린 화살은 《기생충》으로 이어졌고, 조여정은 송강호, 이선균, 이정은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극 중 능청스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참으로 능청스럽고 사랑스럽게 소화했다.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적어서일까. 《기생충》에서 가장 연기를 잘한 배우는 주저 없이 조여정을 꼽는다. 그해 조여정은 전도연이라는 완고한 벽을 넘어 '청룡의 꽃'으로 우뚝 섰다.
당시 수상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저에게 연기는 늘 짝사랑과도 같았다.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짝사랑했다.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 생각하니 그게 제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이제 원톱 주연으로 어색하지 않을 만큼 묵직한 배우가 됐다. 현재 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에서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변신해 신년에도 열일 행군을 이어나가고 있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오로지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범죄소설가 아내와 '바람피면 죽는다'는 각서를 쓴 이혼 전문 변호사 남편의 코믹 미스터리 스릴러로, 죄책감을 안고 나쁜 짓을 하는 어른들에 대한 파격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를 담는다. 조여정은 극 중 바람피운 남편을 끔찍하게 죽이는 살인 범죄소설을 쓸 만큼 의심 많은 아내 강여주 역을 맡았다.
'국민 드라마'로 사랑받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황금빛 내 인생》 등 가족극은 물론 《오 마이 비너스》 연출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도 능한 김형석 PD와 지상파 첫 시즌제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은 《추리의 여왕》의 이성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조여정과 고준을 비롯해 김영대, 연우 등이 출연한다. 온라인 방송영화 플랫폼 웨이브(wavve)가 투자에 참여한 작품으로 본방송과 동시에 웨이브에서 독점으로 VOD가 제공된다.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1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조여정을 만났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
"내 안에 차가운 면이 있다. 내 안에 있지만 실제 조여정은 잘 안 꺼낸다. 극 중 캐릭터인 강여주는 그걸 겉으로 다 드러낸다. 그래서 캐릭터가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제목이 끌렸다. 그동안 작가라는 직업을 존경하고 좋아했는데 내가 해 본다는 것도 좋았다."
어떤 캐릭터인가.
"범죄소설 베스트셀러 작가다. 세 살 어린 유능하고 멋있는 남편 한우성과 결혼해 살고 있다. 결혼 5년 차인데 이 여자에게 걸리면 목숨이 위험할 것 같은 긴장감이 있다. 캐릭터를 위해 칼질 연습을 조금 했다(웃음). 너무 다행히 '강여주'는 칼질만 좋아하고 요리를 잘하는 여자는 아니더라. 그동안 작가의 삶을 많이 상상했었는데, 평소에 외출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외출할 때 독특하고 과한 옷을 입는다든지 하이힐을 신는다든지 하는 설정을 해 봤다."
상대 배우인 고준과의 호흡은 어떤가.
"동생인 줄 알았는데 저보다 오빠더라(조여정은 1981년생, 고준은 1978년생이다). 귀엽고 편하고 좋았다.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다. 고준이 출연한 작품을 다 봤는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고준씨는 강하고 퇴폐미 있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왠지 고소한 사람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나니까 진짜 그랬다(웃음)."
고준은 조여정에 대해 "모든 배우를 배려하고 아우르는 훌륭한 성품을 가진 배우"라며 "지금까지 작품에서 만났던 그 누구보다 가장 잘 맞는 배우"라고 화답했다.
새로운 드라마 제목이 《바람피면 죽는다》이다. 실제로 연인이 바람을 피운다면.
"모르는 척할 것 같다. 모르는 척하는 게 더 무서운 것 아닌가? 하하."
매 작품 변신 중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억지로 이렇게 맞추려고 해도 어려운데 《99억의 여자》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드라마를 시작한다. 그때 드라마가 잘돼서 이번에도 기대와 바람이 있다. 맡은 캐릭터가 강하다면 강한데 사실 내가 역할을 선택할 때는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드는 역할에 마음이 가는 편이다. 작품을 보시면서 '저런 모습도 있었어?'라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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