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통화..日 '강력 반발', 韓 '자제 주문'

조은효 2021. 1. 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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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위안부 배상 판결 
日외무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
항의성 전화.."모든 선택지 염두" 
韓강경화 장관 "과도한 반응 자제해 달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스1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강중모 기자】 한·일 외교장관이 9일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 전화회담을 했다.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예상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내보였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 측에 과도한 반응을 자제한 것을 주문했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브라질을 방문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이날 오전 8시20분부터 약 20분간 통화를 했다. 모테기 외무상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사실상 '항의 전화'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정부에 1인당 1억원씩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이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미 해결됐다는 점, 이 두 가지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국제법상 주권 면제란, 어느 한 국가의 법원이 타국 정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테기 외무상은 "일본 정부로서는 이번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한·일간의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자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해결이라는 점을 양국 정부간에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가 각각의 합의를 통해 해결됐다는 점, 나아가 한국 법원의 판결들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을 방문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로이터 뉴스1

모테기 외무상은 강 장관과 통화 뒤 일본 기자들의 온라인 취재에 응해 "국제법상이나 2국 간 관계로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 사태가 발생했다"며 "일·한(한·일) 양국은 (이미) 매우 심각한 관계였지만 이번 판결로 (관계가) 급속히 악화할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상식으로 말하면 생각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모든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이미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한 상태다.

강 장관은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한 뒤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 측에 과도한 반응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두 장관은 위안부 판결을 비롯한 다양한 한일 간 현안에 대해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이어 나가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강 장관의 이런 입장은 전날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남 대사는 초치 후 기자들에게 "이번 판결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들었다"며 "우리(한국 정부)로서는 이번 판결이 한·일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결될 수 있도록 가능한한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결을 위해선 차분하고 절제된 양국 간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 판결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로서는 어렵게 1심 승소라는 결실을 맺었지만, 일본 정부와 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 미국, 일본 등 4자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보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는 차질 예상된다.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할 한·미·일 3각 협력 복원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앞서 2018년 10월 강제 징용 판결과 관련, 사법부 재판 비개입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아 보인다.

#일본 #위안부 #한일외교장관
ehcho@fnnews.com 조은효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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