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당신의 '인스타그램'을 지워야 하는 이유

홍성용 2021. 1. 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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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4] 흰소의 해, 새해가 밝았습니다.

IT(정보기술)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새해 계획을 물었습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십니까?"

꽤 많은 사람이 비슷한 대답을 해오더라고요.

"작년 시간 낭비의 주범이 바로 인스타그램이었어요. 올해는 인스타그램 좀 줄이고 영어 공부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퇴근 후에 유튜브 추천 영상 몇 개 보다 보면, 금방 잘 시간이더라고요. 퇴근 후에 유튜브 대신 꼭 책을 읽어보려고요."

맛집을 찾고, 일상을 공유하고, 정보를 받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없는 삶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은 매일 들어가서 피드를 슥 밀어보지 않고는, 마치 밥을 안 먹은 것과 마찬가지로 허기가 지는 일이 돼 버렸죠.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신년 계획으로 SNS를 지우겠다고 나서는 걸까요? SNS는 우리에게 '선'일까요, '악'일까요?


실리콘밸리의 민낯을 드러낸 다큐-<소셜딜레마>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 포스터. <자료=넷플릭스>
작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SNS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파고들었습니다.

제프 올롭스키 감독은 이 다큐에서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사회를 침식시키는지 보여줍니다. 무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만든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서였죠. 내용은 웬만한 공포물보다 더 섬뜩한 부분이 많습니다.

"삼겹살이나 원유처럼 인간이 선물(futures)로 거래되는 대규모 시장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 인간을 거래해서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회사가 됐다."

"우리의 모든 활동이 감시되고, 추적되고, 측량된다."

"은밀하게 개인의 행동과 감정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목표는 IT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이다."

"고객을 사용자로 부르는 산업은 마약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뿐이다."

"인공지능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알고리즘엔 자아가 있다."

"IT기업은 당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게 할지에만 관심이 있다."

빅테크기업이 제공하는 무료 기반 SNS는 온전한 무료가 아니라, 사용자의 데이터와 관심을 값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2021년 빅테크 공장이 운영되는 핵심 원료는 석유가 아니라 바로 '데이터'고요. 사실은 개인의 습관을 모두 포함한 데이터를 사용자가 SNS 기업들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SNS 기업들은 광고회사에 데이터를 판매해 돈을 벌고요. 벌어들인 돈은 다시 사용자를 SNS로 이끄는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는 데 쓰이죠.

페이스북 좋아요 로고. <자료=페이스북>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버튼이 생긴 뒤, 미국 10대 여학생들의 입원율과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충격적인 자료였습니다.

'좋아요' 버튼은 사람들의 비교와 인정 욕구를 자극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죠.

고민해서 올린 게시물에 '무반응'을 보일 때 게시물을 쓱 지운 경험이 있는 분들 꽤 있을 겁니다. 10대 청소년들에게는 그 정서적 박탈감이 더 심하게 작용한다는 얘깁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직접 개발한 장본인인 엔지니어는 "선의와 사랑을 전파하기 위한 도구로 개발했다. 이런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하기까지 합니다.

빅테크기업이 내 스마트폰 뒤에서 한 개인의 관심과 데이터를 채굴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하는 지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무의식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SNS의 기술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유튜브의 추천 게시물 탭의 맨 상단을 아래로 잡아끌면, 그때마다 새로운 게시물이 뜹니다.

마치 카지노의 슬롯머신을 당기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사용자가 자주 시청하던 코미디 영상이 뜨거나 고양이·강아지 등 동물 영상이 뜰 수도 있고요.

정치 콘텐츠를 자주 이용하는 분들은 정치 관련 게시물이 뜨겠죠.

중요한 것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반복적으로 보여준다는 겁니다. 내 성향과 반대되는 게시물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없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내 성향을 분석해서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술은 철저히 인간의 심리를 분석해 만들어 냈습니다. 스탠퍼드대의 설득기술연구소는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에 무의식적인 행동과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게시물 탭의 맨 상단을 잡아끌 때마다 새로운 게시물이 튀어나오게 하는 게 바로 심리를 파고든 기술입니다.

'간헐적 정적 강화'라고 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한 이론인데요. 행동이 나타날 때 이따금씩 주어지는 '강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겁니다. 슬롯머신에서 잭팟이 터지는 때가 가끔 있죠. 잭팟이 아니라도 소소하게 종종 보상을 주면, 그 보상을 경험하기 위해 계속해서 슬롯머신을 당기는 겁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메시지를 보낼 때를 떠올려보세요. 상대방이 메시지를 작성 중일 때, '쩜쩜쩜'의 말줄임표가 뜨죠. 그때 우린 무엇이라고 말할지 기대를 하고 멍하니 보게 되잖아요. SNS 접속이 뜸하면, 새로운 추천 게시물이 있다고 알림을 보내오죠. 이게 모두 행동주의 심리학을 이용한 기술의 예입니다.


'알림 끄기' SNS 독립의 시작

'SNS를 지금 당장 지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도, 단번에 SNS에서 독립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어떤 격리 조치를 취해도, 금단 증세가 오면 격리를 뚫고 취하고야 마니까요.

대신 전문가들은 '알림'을 꺼두라고 조언합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이 보내오는 알림을 꺼두는 겁니다. 알림을 꺼두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적으로 SNS들이 보내온 알림을 클릭한 뒤 시간을 버리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SNS 사용 시간 예산을 짜라'는 조언도 합니다. 내가 하루에 정해둔 시간에만 SNS를 이용하는 겁니다. 점심시간 30분, 저녁시간 30분 이런 식으로요.

스스로 의지를 발휘하기 힘들면, 앱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스마트폰 사용관리, 스마트폰 중독방지, 앱 블록' 등을 검색하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만 앱을 사용하도록 하거나, 하루 최대 사용 시간을 넘기면 자동으로 특정 앱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들이 있습니다.

SNS를 철저히 활용 측면에서의 도구로 남기고, 나를 찾는 한 해를 만드시길 기원합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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