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김봉진·방준혁..IT창업자들은 왜 '의장님'이 됐을까
올 초 쿠팡 김범석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올해부터 강한승, 박대준 2인 각자대표로 운영하되 김 의장이 이사회를 총괄하기로 한 것. 세부 경영보다는 넓은 시각에서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세우는데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김 의장의 사례처럼 IT업계에서는 의장님 타이틀을 가진 창업자가 적지않다. 통상 대기업 그룹사에서 오너들이 지주사 또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해 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대표이사를 맡지 않더라도 그룹 총수로서 회장 또는 부회장으로 불린다.
반면 유독 IT기업에서는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오르면 창업자들이 대표이사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갈아타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이후 IT기업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주도하며 몸값이 급등한 가운데 '의장님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IT기업 창업자들이 이처럼 의장 타이틀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해당 업체들은 대부분 "규모가 커지면서 세세한 경영보다는 회사의 방향과 관련된 큰 의사결정을 위해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가 성장한 가운데 업무가 복잡 다단해지고 계열사도 늘어나면서 창업초기와 달리 전문경영인의 경영역량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개발자나 전문직 출신인 창업자들의 경우 특히 언론대응이나 대관업무, 투자유치나 상장 등 폭발적으로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여기저기 부르는 곳도 많아졌다.
재벌그룹사에서 상명하복의 정점에 있는 총수나 회장이 권위주의적 이미지가 큰 반면, 구성원들이 비교적 젊은 IT기업에서는 자율적, 수평적 의사결정 문화를 반영한 의장 타이틀을 선호한다는 시각도 있다.
외부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10~20년사이 등장한 IT기업의 경우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기존 산업계나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창업자가 집중 표적이되는 만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귀뜸했다. 특히 국정 감사철마다 증인으로 불러세우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수년간 배달수수료 논란에 휩쌓였던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창업자는 2019년 1조원 규모로 회사 가치가 커지자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김범준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넘겼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IT기업은 대기업처럼 상명하복식 지시문화보다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자리잡았고 현실적으로 오너가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면서 "창업자이자 오너로서 경영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면서도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거시적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이라는 타이틀이 적합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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