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에서도 파티 벌이는 외국인들..'한국은 안전' 입국자 늘어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1. 1. 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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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범위까지 넓어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골치⋯"지역사회 외국인 방역 확인해야"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방역수칙 위반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 대구에 있는 한 유흥주점에서 태국 국적의 외국인 20여 명과 내국인 등 30여 명이 술판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됐는데, 이 업소는 새벽 시간 간판 불을 끄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예약한 손님만을 대상으로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외국인은 일반 가정집을 파티룸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주로 우리나라로 유학 온 외국인들에게 숙소를 임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한 명만 감염돼도 다른 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방역 지침을 잘 지키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그런데 일부는 이런 당부를 귓등으로 듣는다. 일반 가정집이나 상가에 파티룸을 마련하고 출입문을 안에서 걸어 잠근 채 파티를 즐기는 외국인들도 있다. 자기들끼리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면서 파티에 올 사람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방역의 눈길을 피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외국인은 또 동선이 길고 복잡해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김씨는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경험이 처음이어서 방학기간에 여러 곳을 여행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인식이 퍼져 방역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젊은 외국인들의 활동 범위는 매우 넓다. 서울 홍대에서 모여 아침을 먹고 강남으로 가서 놀다가 점심을 먹고 저녁은 인천에서 먹는 식이다. 특히 젊은 유학생들은 감염돼도 증상이 없으면 여기저기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집단감염 사례는 충남 아산과 경북 포항 등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23일부터 시작된 천안 외국인 식품판매점을 매개로 한 감염자는 1월5일 현재 115명으로 늘어났다.

정부가 모든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PCR(유전자 증폭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1월3일 인천공항에서 한 외국인이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확진 외국인, 11~12월에만 801명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해만 해도 방학 때는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는 유학생이 많았지만, 올해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외국인도 많다. 게다가 올해 신학기를 앞두고 외국인 유학생이 속속 입국하고 있는데 다소 안전한 한국으로 일찍 오는 경향을 보인다. 대학 정보 공시 웹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대학 전체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약 10% 줄어든 10만1000명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월5일 기준 외국에서 유입된 확진자는 5539명이다. 전체 감염자의 8.6%에 해당한다. 이들 중 절반가량인 2509명이 외국인이다. 이 가운데 약 32%가 최근 두 달 동안에 발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질병보건통합시스템에 신고된 코로나19 해외 유입 확진자 중 외국인은 801명으로 집계됐다. 

김씨는 "다수의 방을 외국인들에게 임대하고 있는데 이미 모든 예약이 끝났다. 자국보다 한국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소식을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면서 미리 입국하려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졌다. 외국인 교환학생의 입국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예약을 문의하는 외국인 중 단순히 자국보다 안전한 한국을 찾아오려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코로나19 난민이다. 우리 방역 당국은 이런 외국인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외 유입 감염자 중 경증이나 무증상으로 공항 검역을 통과하는 사람이 절반에 해당한다. 외국에서 입국한 5539명의 감염자 가운데 검역 단계에서 확인된 사람은 45.1%, 2497명이다. 나머지 54.9%에 해당하는 3042명은 지역사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외 유입의 절반은 검역 과정에서 잡아내지 못해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감염시킨 '해외 유입 관련 확진자'는 1월5일 현재까지 모두 249명이다. 

입국한 외국인 감염자 중에서도 절반은 공항 검역을 통과해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다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감염 경로 미확인 사례의 증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전체 확진자의 27%다. 12월초 22%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까지 각국으로 번지는 중이다. 그러자 질병관리청은 국내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출발일 기준 72시간 안에 발급받은 유전자 증폭검사(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공항은 1월8일부터, 항만은 15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 

PCR 음성확인서는 지난해 7월 일부 방역 강화 대상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도입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영국·남아공발 입국자(한국인 포함)에 대해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두 국가는 전파력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 유행국이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영국에서 온 국내 입국자 가운데 5명에게서 이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여기에 더해 음성확인서 제출 대상자를 모든 외국인 입국자로 넓혔다.

공항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지역사회로 들어온 외국인들에 대한 방역도 커뮤니티별로 신경 써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의 풍선효과와 사각지대를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적해 왔다. 국내 발생에 신경을 쓰면서 외국인 방역에 허점이 생기는 것이다. 사업이든 이주노동자든 유학생이든 국내 외국인이 180만 명 이상인데 이들에 대한 방역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종플루 유행 때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외국인 방역을 위해 노력했다. 그때보다 지금은 외국인이 더 많다. 공항에서 입국할 때 방역에 대한 홍보는 물론이고 외국인 커뮤니티에 방역 지침을 잘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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