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화제성 장악 '윤스테이', 쌍산재 훼손 우려는 옥에 티

TV삼분지계 입력 2021. 1. 9. 11:23 수정 2021. 1. 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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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스테이', 후계자를 찾는 '나영석 유니버스'의 여정
이 죽일 놈의 코로나 속 시작한 '윤스테이'에 거는 기대와 우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이번엔 한옥 홈스테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윤식당> 프랜차이즈는,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갈 수 없는 환경이 되자 방향을 선회해 전남 구례의 고택을 빌려 한옥 홈스테이 <윤스테이>를 선보였다. 지난 1월 8일 방영을 시작한 <윤스테이>는 첫 방송부터 전국 가구 기준 8.2%, 수도권 가구 기준 9.8%(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시원하게 출발했다. 전작의 식당 스태프들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에 '인턴' 최우식이 더해진 조합은 믿음직하고, 홈스테이의 무대가 된 고택 '쌍산재' 홈페이지는 방영 직후부터 예약이 가능한지 묻는 문의글로 도배가 되었다. 방향을 선회했어도, 프랜차이즈의 힘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윤스테이>를 어떻게 봤을까? 세 평론가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 감탄이 절묘하게 교차했다. 남지우 평론가는 '나영석 유니버스'를 좌충우돌 끝에 성장해 결국 언젠가 과업을 물려받을 막내를 찾는 '후계자 찾기'의 서사로 해석하며 '막내' 최우식과 '후계자' 정유미에게 기대를 걸었다. 한편 정석희 평론가는 유리창이 생기고 신식 주방이 들어선 쌍산재의 변화가 <윤스테이> 촬영 탓에 생긴 '훼손'이 아닌지를 우려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촬영의 편의를 위해 전통이 훼손되었던 전례들과, 오래된 한옥의 정취를 전하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목표를 생각하면 유리창과 신식 주방의 존재는 아무래도 눈에 밟힌다. 이승한 평론가는 촬영지를 국내로 옮겨왔음에도 여전히 외국인 손님들만 받는 '외국'에 대한 욕망과, 그 욕망을 변주하는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외국을 향한 한국인들의 인정욕구가 자신감으로 변하는 시점과 맞물려 들어갔다는 지점을 지적하며 감탄했다.

p.s. [TV삼분지계]의 세 번째 평론가 자리에 새롭게 합류한 남지우 칼럼니스트를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 코너 역사상 처음으로 맞이하는 1990년대생 필진으로, 오늘날 대중문화 담론의 중심에 있는 세대의 시선으로 분석한 날카로운 비평을 제공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 윤여정의 전성기와 후계자들의 여정

윤여정의 커리어 하이가 무섭다. 영화 <미나리>(2020)로 미국 전역의 조연상 트로피를 꼬박꼬박 수집하는 요즘, 자신의 이름을 건 게스트하우스까지 오픈한 것이다. 2013년 <꽃보다 누나>로 시작해 2018년 <윤식당2>로 tvN 예능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는 놀라운 타이틀을 얻기까지. 데뷔 56년 차 원로 배우인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고도 자신의 시리즈로 다시금 돌아왔다. 염색하지 않은 백발의 모습으로.

1947년생 한국인 여성이 국경과 장르를 넘나들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모습은 1996년생인 내겐 당혹스런 행복이다. <윤스테이>에서 윤여정은 심지어 웃기다. 중간광고를 포함해 두 시간에 달하는 다소 과한 러닝타임 동안, 윤여정 특유의 능청과 농담만이 유일한 웃음 포인트로 살아남았다. 코로나로 인해 <윤식당> 시리즈를 이어가지 못하고 <윤스테이>로 살짝 방향을 틀었다는 나영석 PD. 윤여정이 그를 향해 "(컨셉을) 곰국 우리듯이 우려먹"는다고 말하는 장면은 나영석의 작품에 항상 따라붙는 단골 비판마저 사전에 차단하는 지능적 유머처럼 느껴졌다.

프로듀서 나영석은 전작 <여름방학>의 실패에도 덤덤히 돌아왔다. 여러 시리즈를 경유해온 나영석 유니버스는 이제 '후계자 찾기'의 여정으로 읽힌다. 이 지점에서 배우 정유미와 최우식의 존재는 너무나 중요하며 전작의 실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 PD가 앞선 여러 작품에서 재미나게 구사해온 '구박받는 막내 밈meme'은 배우 이서진과 이승기를, 손호준과 남주혁을 거쳐 이젠 최우식에 도착했다. 우리에게 '막내'가 필요한 이유는 그들이 좌충우돌하며 결국은 과업을 물려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미는 윤여정이 직접 언급했듯 언젠가 런칭될 지 모를 <정식당>을 이끌어야 할 주요 인물이다. 윤-시리즈의 미래를 책임질 적자이자 후계자 정유미의 성장 서사는 이번 <윤스테이>를 관통하는 메인 플롯이 될 것이 틀림없다.

남지우 칼럼니스트 jeewoo1119@gmail.com

◆ 눈에 밟힌다. 바뀐 것이나 여전한 것이나.

tvN <윤스테이>가 구례 '쌍산재'에서 진행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담장 밖 다른 집을 얻어 주방과 식당으로 활용했으려니 했다. 고택인 '쌍산재'에서는 화기 사용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을 보니 관리동 뒤편을 터서 널찍하니 신식 주방을 들였는가 하면 안채를 손님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뿔싸, 내가 묵었던 그 고즈넉한 안채 대청마루에 유리문을 달았다니.

'쌍산재'는 2008년 KBS <해피선데이 - 1박 2일>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고택이다. <1박 2일>의 문을 연 이명한, 나영석 PD, 그리고 풋풋했던 이승기와 털북숭이 상근이가 있던 시절 일이다. 방송 후 유명세를 타고 다른 몇몇 프로그램에 공개된 바 있고 그때마다 매번 문전성시를 이뤘겠으나 이런 변화는 처음일 게다. 개조라고 쓰고 훼손이라고 읽는 변화. 물론 팬데믹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이 있으리라고 본다. 그래도 죽일 놈의 코로나19가 집주인의 소신을 꺾었지 싶어 마음이 안 좋다.

<여름방학>으로 예능의 첫 발을 뗀 최우식. 이런저런 악재로 그의 매력이 살아나지 못한 채 마무리되어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엔 걷기를 넘어 아예 냅다 달음박질을 한다. <윤식당>에서 성실함의 전형을 보여줬던 정유미와 박서준은 여전하고 이서준의 불평 또한 여전하다. 어느 정도 설정이겠으나 사전 모임 당시 촬영 장소가 멀고 먼 전남 구례라는 소리에 바로 묻어나는 짜증을 보고 있자니 '싫으면 그만 둬!'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런 시국에 이런 방송을 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사전 공지'가 있었다. 부디 눈 가리고 아옹이 아니기를.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외국'이라는 욕망은 어떻게 변주되는가

스토리를 관통하는 욕망으로 살펴봤을 때, <윤식당> 프랜차이즈는 크게 두 개의 기둥으로 지탱되는 예능이다. 풍광 좋은 외국의 여행지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판타지가 하나, 자국의 메뉴들로 외국인들의 인정을 받고 그들과 인간적인 소통에 성공한다는 판타지가 둘. 프랜차이즈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영화 <카모메 식당>부터가 두 가지 욕망을 모두 지니고 있는 작품이었던 걸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윤스테이>에서 흥미로운 건 '외국'에 대한 욕망이 어떤 식으로 변주되는가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되자, 제작진은 한옥 홈스테이로 방향을 선회했다. 사업장이 국내에 있다는 점은 <강식당>과 같은 조건이지만, 사업장 위치가 바뀌어도 손님을 외국인들로만 받는다는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정취를 느껴볼 기회가 없었던 한국 체류 1년 내외의 외국인들에게 한옥 홈스테이를 제공한다는 명분은 딱히 흠잡을 곳이 없고,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국내에서조차 외국(으로부터의 인정/과의 소통)을 욕망하는 기묘함은 자연스레 가려진다.

물론 <윤스테이>의 변주는 코로나19라는 외부조건이 낳은 타협이지만, 그것이 자연스레 설득력을 얻는 건 절묘한 타이밍도 한 몫을 했다. <윤식당> 시리즈가 처음 선보인 2017년은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 진출 시도가 마지막 단추인 제1세계 서구를 겨냥해 더 치열해지던 시점이었는데, 시즌을 거듭해 <윤스테이>를 촬영한 2020년은 BTS와 영화 <기생충>, 드라마 <킹덤> 등으로 그 시도의 성과를 수확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해외에 우리를 알려야 한다는 욕망이 가장 높았던 시기에 출발한 프랜차이즈는, 이제 전세계가 한국을 궁금해한다는 성취감에 취해 있는 시점에 '한국의 정취를 즐기기 위해 전남 구례의 고택을 찾아온 외국인들'을 보여주는 변주를 선보인다. 정말이지 절묘한 타이밍이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사진·영상=tvN.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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