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삼수' 도전한 이베이코리아..이번엔 마침표 찍을까

김성훈 입력 2021. 1. 9. 11:00 수정 2021. 1. 9. 14: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또 매각설..몸값 최소 5兆
코로나19 호재 없다?..몸값 그대로 유지
서비스 핵심 '신선식품·배송' 경쟁력無
유력 원매자 '내코가 석자'에 인수 '글쎄'
대대적 할인 없다면 비슷한 결과 전망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찬 바람이 싸늘하게 불면’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하는 매물이 있다. G마켓과 옥션, G9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2018년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래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이쯤이면 M&A 시장 단골이라 할 만하다.

2018년 당시 거대 유통기업을 상대로 태핑(수요조사)을 했다가 가격 괴리에 마음을 접었던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3월 시장에 또 매물로 나왔다. 한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5조라는 희망 매각가도 제시했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e커머스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까지 더해졌다.

아쉽게도 지각변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매각 성사라는 전제를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매각 추측만 무성하다 급기야 중국 자본에서 관심이 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소수 관계자들이 극비리에 나누는 5조짜리 빅딜의 내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매물로 나왔다는 말 이후에도 별다른 전개 없이 조용히 막 내린 것을 보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새해가 밝고 찬바람이 싸늘하게 불자 이베이코리아는 또 시장에 나왔다. 해가 바꼈는데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몸값은 5조원에 육박하고 팔릴 경우 업계 지각변동이 또 예상된다는 말이 더해졌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인수설을 부인한 이베이코리아 측 반응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 해 전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던 이베이코리아 측은 “지난해 나왔던 비슷한 얘기다. 근거 없고 추가로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거래액 16조원에 달하는 1등 사업자를 왜 시장에 내다파느냐는 물음이다. 더불어 실제로 매각에 나설 경우 5조원에 팔릴만한 매물인가 하는 점이다.

매출만 보면 매력적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 매출 9518억원에서 2019년 1조615억원으로 11.5%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3억원에서 615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6.5%에서 5.7%로 떨어졌다. 물건은 더 팔리는데 수익은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거래량이 더 늘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영업이익에서 의미 있는 증가가 이뤄졌을지가 중요한 변수다.

1년새 시장 분위기는 몰라보게 바뀌었다. 지난해 시작한 코로나19 여파는 올해도 여전하다.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스마트폰으로 생필품을 사는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 국내 e커머스 시장이 해외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이 신선식품 시장과 배송전(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베이코리아는 전체 주문량으로 국내 최고지만 신선식품·배송 서비스에서는 쿠팡이나 쓱닷컴(SSG닷컴), 마켓컬리 등과 비교해 후발주자다. 본격 경쟁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는 데 그렇기엔 들여야 할 자금이 적지 않다. 설령 거금을 들인다 해도 우위를 점하리라는 담보도 없다.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느니 팔고 떠나자’는 아이디어가 해마다 나올만 하다.

2018년 12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배달의 민족은 올해 현재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새 몸값이 2조원 넘게 불었다. 배달의 민족 인수를 대가로 딜리버리히어로가 시장에 내놓을 예정인 ‘요기요’가 배민 몸값 급등에 힘입어 2조원대 몸값이 거론되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이베이코리아 희망 매각가는 오르지 않았다. 5조원도 이미 적잖은 금액이지만 코로나19 여파에 실적이 급등했다면 호기롭게 밸류에이션 상향할 법도 한데 희망 매각가는 1년전 그대로다.

이 쯤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가질 후보들은 어떤 상황일까 궁금해진다. 2019년 2분기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내며 위기론이 불거졌던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익 예상치 약 903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음식료품 시장 내 쓱닷컴(SSG닷컴)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 점이 실적 회복에 효자 노릇을 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으로 이제 막 영업적자 터널을 벗어났는데 5조짜리 e커머스 플랫폼 인수에 선뜻 나설지는 의문이다. 참고로 이마트의 8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4조9898억원이다. 이베이코리아의 희망 매각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수에 나선다고 가정할 경우 회사의 명운이 걸릴 도전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5월 8조짜리 블라인드펀드를 만들며 실탄을 확보한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Tesco PLC)로부터 7조2000억원에 인수한 홈플러스가 관건이다.

차입금 마련을 위해 2019년 추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인 ‘홈플러스 리츠’ 상장 무산 이후 인력 재배치와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등을 이어가며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업체와의 서비스·배송 경쟁도 한창인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에 5조원을 베팅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대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두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재무적 투자자(FI)로 연합군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해외 투자유치에 최적화된 사모펀드들이 해외 출자자(LP·유한책임사원)를 끌어오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여러 부정적인 전망에도 인수에 나설 원매자가 나올 수도 있다. M&A 시장이란 게 희망의 영역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우리 손을 거치면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다’는 속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5조원을 쿨하게 내고 사들일 원매자가 다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의지에도 5조원은 적지 않은 리스크가 수반된 금액이다. 대대적인 디스카운트가 이뤄진다면 모르겠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삼수(三修)를 도전한 이베이코리아의 M&A 과정이 험난해 보이는 이유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