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보란듯 '핵' 공식화 北김정은..남북관계 공, 文에 넘겼다(종합)

김미경 입력 2021. 1. 9. 10:34 수정 2021. 1. 9. 10: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서 밝혀
"南·美 태도에 따라 맞대응" 경고
미국 누가 집권하든..강대강·선대선 원칙 불변
ICBM 미 본토 사정권 '1만5000km 명중률' 제고 제시
핵무기 과시하며 적대시 철회 요구
남북관계 南에 달려..금강산 독자개발 시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를 겨냥해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처음 공식화하고, 핵무기 소형화·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 등 ‘핵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아울러 남북관계의 진전은 남측의 합의 이행에 달려있다며 공을 다시 우리 정부에 넘겼다.

새로운 대미·대남 정책을 내놓지 않고 미국과 우리 정부의 화답에 따라 강경·유화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에는 적대정책 철회를 다시 요구하고 나섰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남북관계 합의 이행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남측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이 다시 올 수도 있다며 관계 복원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지난 8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핵잠수함 개발 깜짝공개…‘1만5000km 명중률’ 제고하라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 개막한 8차 당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핵기술을 고도화하고, 초대형 핵탄두생산을 지시했다. 통신은 사흘(5~7일) 동안 진행한 김 위원장의 보고를 요약해 이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다탄두 유도기술 연구가 마감단계에 있고 정찰위성운용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극초음속무기 개발, 수중 및 지상 발사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 수중발사 핵전략 무기 보유를 과업으로 제시했다. 핵무기의 소형경량화·전술무기화를 비롯해 ‘초대형 핵탄두 생산’ 추진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핵잠수함의 경우 설계가 최종심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ICBM과 관련해선 핵 선제·보복타격 능력 고도화를 위해 명중률을 높이라고도 주문했다. 통신은 “1만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해 핵 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밝혔다. 사거리 1만5000㎞의 ICBM이면 미 본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당초 북한이 심사숙고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공 카드를 먼저 꺼내든 것이다

바이든 겨냥, 새로운 북미관계 열쇠는 ‘대북 적대정책 철회’

김 위원장은 이런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단정한 뒤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스스로 “책임적인 핵보유국”이라고 자처하며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해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이 드러날 때까지는 동향을 살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고강도 군사행동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핵무기 개발을 분명히 밝힌 만큼 마냥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구상에 대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측면이 강한 만큼 실제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합의 이행하라…3년전 봄날 돌아갈 수도

이번 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대남’이란 표현을 쓴 북한은 향후 남북관계 정세와 관련, 우리 정부에 공을 넘겼다.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는가 못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으며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 카드로 삼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치료제 및 백신 제공 등 보건·방역 협력 구상에 불만을 드러내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다시 금강산 관광지구의 독자 개발 의지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며 남측 관광시설 철거를 재시사했다.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선 남측 태도에 달려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에 대한 분야별 토론이 마무리된 만큼, 북한은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에 이어 당규약 개정, 지도기관 선거 등을 한 뒤 당대회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1면에 제8차 당 대회 4일 차 회의 소식을 보도했다. 신문은 “당 제8차 대회 4일 회의가 1월8일에 진행되었다”라며 “회의에서는 첫째 의정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한 토론들이 진행되었다”라고 전했다(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미경 (midory@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