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록 연신 갈아치운 삼성·LG, '위기 속 선방' 빛났다

이수민 기자 2021. 1. 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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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표기업 삼성·LG '포스트 코로나'서 저력입증
'3Q 역대급 분기 영업익' 삼성전자
'4Q 역대 최대 분기 매출' LG전자
비대면, 집콕 수요에 대응한 덕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LG전자 본사./사진제공=LG전자
[서울경제]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저력을 증명하는 실적을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온라인 게임 등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며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데다 ‘집콕’족이 증가하면서 TV 등 가전제품 판매가 증가하며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만 12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일제히 갈아치웠다. 연간 영업이익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LG전자가 강점을 지닌 프리미엄 생활가전과 TV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매출 61조 원, 영업이익 9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7%, 25.70% 증가한 것으로 늘어난 비대면·집콕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로 평가된다. 사업 부문별로는 반도체(DS)가 4조 3,000억 원, IT·모바일(IM)이 2조 3,000억 원, 가전(CE)이 1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4·4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둔화됐다. 4·4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8.9% 줄었고 영업이익은 27.1% 감소했다. 4·4분기 들어 잠시 주춤한 이유는 원화 강세에 있다. 4·4분기 말 원·달러 환율이 1,088원까지 떨어지며 ‘실적 효자’인 반도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낮아진 것도 마지막 분기의 영업이익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주력 부품인 디스플레이(DP)는 어려운 환율 여건 속에서도 호실적을 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략 스마트폰인 아이폰 12 시리즈의 출시 시기를 늦춘 애플의 영향으로 통상 비수기인 4·4분기에도 1조 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직원이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매출 코로나 이전과 비슷, 영업익은 29% 상승

비대면·집콕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증권가 “선방한 성적표”

지난해 연간 실적은 코로나19에도 크게 선방했다는 평가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9.4%나 증가했다. 제품은 전년과 비슷하게 팔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이윤을 남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19의 충격이 컸지만 3·4분기 들어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고 비대면·집콕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사업이 골고루 선전한 결과다. 반도체 사업은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에 따른 특수까지 누렸고 QLED TV, 비스포크 냉장고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도 인기를 누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TV 판매량은 4,900만 대로 2019년(4,407만 대)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 업계에서도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이 “선방한 성적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4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에 비해 떨어졌다고 해서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 업황이 빠르게 좋아지면서 올해 실적 전망은 상당히 밝다.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에서 주력 제품인 D램·낸드플래시 등의 업황이 개선되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수주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43조~47조 원대로 점쳐진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14조∼15조 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2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엑시노스 시리즈 등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반도체 부문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호 연구원은 “올해 1·4분기는 반도체 경기상승 구간 초입”이라며 “특히 D램을 중심으로 업황 개선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올 1·4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같은 기간 LG전자는 매출 18조 7,826억 원에 영업이익 6,47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35.6% 증가했다. 매출은 분기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LG전자의 분기 매출이 18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역대 4·4분기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은 63조 2,638억 원, 영업이익은 3조 1,918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기존 역대 최대 매출은 지난 2019년의 62조 3,000억 원, 영업이익은 2018년 기록한 2조 7,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 늘었고 영업이익은 31% 증가했다. 특히 LG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04%로 처음으로 5%대에 진입했다.

생활가전, 실적개선 일등공신···영업익 2조원 돌파

상고하저 실적 흐름도 깨지며 저력 입증해

실적 개선의 일등 공신은 생활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다. 증권 업계에서는 지난해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 가전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률도 첫 두 자릿수에 안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생활 가전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스타일러·건조기·식기세척기 등 스팀 가전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LG 생활가전은 지난해 경쟁사인 미국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를 것이 유력해 보인다. 스마트폰(MC) 부문은 4·4분기 적자를 이어갔지만 증가 폭은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급형 제품의 매출이 늘면서 애플 신제품 출시에 따른 손실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올해 화면이 돌돌 말리는 형태의 롤러블폰을 통해 ‘폼팩터(기기 형태)’ 경쟁에 방아쇠를 당긴다.

LG전자가 전통적으로 보여왔던 ‘상고하저’ 실적 흐름도 이번에 확실히 깨졌다. LG전자는 매해 상반기 실적이 더 좋고 하반기 실적은 연말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1조 6,000억 원으로 사상 첫 1조 원을 돌파하며 상반기(1조 5,900억 원)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가전과 TV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줄어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무엇보다 그간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부품 사업이 올해 화려하게 부활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LG전자가 지난해 말 캐나다 마그나와 총 1조 원을 들여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합작 법인 ‘LG 마그나 e파워트레인’이 있다. 합작 법인은 마그나의 기존 고객사인 북미·유럽 완성차 업체로부터 신규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신성장 동력인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이 올 3·4분기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조 원대 후반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오지현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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