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결국 대기업에 'S.O,S' 친 에너지 전환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기사업법 시행령도 이 같은 원칙을 토대로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녹색 프리미엄 등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현행법상 발전사와 기업은 전력을 서로 직접 거래할 수 없지만 제3자 PPA가 도입되면 전기 독점 기업인 한국전력의 중개로 양자 간 전력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구조입니다. 대신 기업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한전으로부터 구매 시 친환경(녹색)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합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매를 희망하는 기업은 올해 구매 희망 발전량과 구매 가격을 정해 입찰하면 된다”며 “낙찰된 발전량은 참여자별로 월 단위로 배분돼 낙찰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RE100을 국내에 도입한 것일까요? 우선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국정과제로 세운 뒤 임기 내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신에너지인 수소의 경우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이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나서는 등 민간 기업 참여도가 점점 높아져 왔습니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은 상대적으로 수소보다 민간의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죠.
물론 기업에도 ‘당근’이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RE100에 참여한 만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습니다. 기업은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허용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었을 경우 다른 기업과 배출권 거래를 해야 하는데, RE100에 참여하면 이득을 보는 셈이죠. 또 탄소 감축은 선진국들이 공공연하게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실제 RE100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에 참여한 국가와만 거래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죠. 국내 기업들도 ‘RE100에 참여했느냐’ 하는 질문을 외국 바이어로부터 듣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 가정이든, 기업이든 전기요금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당장 생산 원가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또 아직 재생에너지는 다른 발전원에 비해 발전단가가 높습니다. 기업이 지불해야 할 프리미엄이 다른 나라보다 비쌀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뜩이나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저렴하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가정용 전기료는 1kwh 당 107.8원. 산업용은 105.8원 가량으로 비슷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영향으로 지난해 주택용 전기료가 더 높았지만, 최근에는 산업용이 주택용 전기료를 역전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으로 하여금 REC를 구매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REC를 마치 주식처럼 거래를 하거나, 한전 그룹 발전사나 민간 발전사 등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RPS) 공급 의무자한테 판매해 이익을 얻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사업자들이 크게 늘어나다 보니 REC 시장에 공급 과잉이 발생했습니다. REC 가격은 지난 2018년 1월 11만원대에서 이달 3만원대로 그야말로 곤두박질 쳤죠. 따라서 민간 사업자들은 ‘RPS 공급 의무자들이 REC 구매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대형 판매처라는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미 눈치채셨을 수 있겠습니다만, RE100 참여사는 대기업입니다. RE100이 환경을 생각하는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캠페인이라지만, 프리미엄을 지불하려면 그만큼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엎친 경영난에 전기요금마저 ‘등골’을 휘게 만든다는 중소기업에 RE100 참여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죠. K-RE100은 결국 정부가 에너지 전환, 최근 또 다른 ‘미션’으로 떠오른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대기업 참여를 ‘요청’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평균가격 추이(단위: 원/REC)
△2018년 1월: 112,224
△2019년 1월: 75,218
△2020년 1월: 43,408
△2021년 1월: 36,823
*자료: 신재생 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극발 한파에 2년 만에 얼어붙은 한강…역대급 한파 왜?
- 끝모를 규제 역효과…노원서 15억원 첫 실거래 나왔다
- '제 퇴직연금 깨서 회사살릴 방법 없나요'…한 중기 대표 호소
- '펜타곤 문서' 폭로 주역 '7,000쪽 서류 부인과 몰래 복사했다'
- '사라진 145억' 제주 카지노 미스터리…280㎏ 현금을 여성이 옮겼다고?
- 테슬라 주가폭등에 머스크, 베이조스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등극
- 스펙 다운 된 갤럭시S21, '90만원대 전략 폰' 승부수
- 복지급여 신청한 조두순...승인되면 월 최대 120만원
- 국내 최대 마약공급책 '바티칸 킹덤' 구속…황하나 지인도 연루?
- 애플카에 현대차 기술 담길까...애플-현대차 협업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