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문서' 폭로 주역 "7,000쪽 서류 부인과 몰래 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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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펜타곤 문서를 입수한 닐 시핸 기자가 '사후 공개'를 조건으로 남겨놓은 특종기를 8일(현지시간) 부고 기사와 함께 게재했다.
NYT가 공개한 특종기에 따르면 엘스버그는 1971년 3월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관계였던 시핸 기자에게 펜타곤 문서의 존재 사실을 밝힌 뒤 문서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곧바로 마음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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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펜타곤 문서를 입수한 닐 시핸 기자가 ‘사후 공개’를 조건으로 남겨놓은 특종기를 8일(현지시간) 부고 기사와 함께 게재했다.
지난 50년간 특종 경위에 대해선 문서 작성에 참여한 국방전문가 대니엘 엘스버그가 시핸 기자에게 문서를 줬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문서 작성 과정에 참여하면서 베트남전의 문제점을 인식한 엘스버그가 문서를 빼돌린 뒤 언론에 전달해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핸 기자는 엘스버그는 자신에게 문서를 넘긴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NYT가 공개한 특종기에 따르면 엘스버그는 1971년 3월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관계였던 시핸 기자에게 펜타곤 문서의 존재 사실을 밝힌 뒤 문서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곧바로 마음을 바꿨다. 극비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지목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 것 같다는 것이 시핸 기자의 분석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보관 중인 펜타곤 문서 7,000쪽을 시핸 기자에게 공개했다. 다만 문서를 읽고 메모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서 자체를 넘겨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던 중 시핸 기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엘스버그가 휴가를 떠난 것이다. 시핸 기자는 부인과 상의한 끝에 서류를 빼돌려 함께 복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7,000쪽에 달하는 서류를 복사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 사용한 교외의 부동산 업체 내부의 복사기는 엄청난 분량의 복사량을 견디지 못하고 작동을 멈췄으며, 보스턴 시내의 한 복사업체에선 해군 출신의 업주가 기밀 서류가 복사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시핸 기자는 하버드 대학교수로부터 기밀에서 해제된 서류를 빌려 연구 중이라는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했다. 결국 시핸 기자는 복사를 모두 끝냈고, 그해 6월 펜타곤 문서가 NYT를 통해 보도됐다.
이 보도를 통해 베트남전 확전 명분으로 삼은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고, 반전 운동이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시핸 기자는 NYT 보도 6개월 후인 1971년 겨울 뉴욕 맨해튼에서 우연히 엘스버그와 마주쳤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시핸 기자는 자신이 펜타곤 문서를 훔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엘스버그에게 “국인이 낸 세금과 미국의 아들들이 흘린 피로 만들어진 서류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읽을 권리가 있다. 나도, 당신도 서류를 훔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고 회상했다. 엘스버그는 1973년 절도와 간첩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다. /김민혁기자 mineg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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