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당국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
"남쪽이 합의 이행하는 만큼 상대해주겠다" 강조
'남북관계 원칙적 입장' 3대 기준 제시
①근본문제부터 해결 모색
②적대행위 중지
③남북합의 성실 이행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이 이날치 1~6면에 요약 보도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의 사흘간 사업총화보고(이하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에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는가 못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으며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돼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3년 전 봄날’은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인 판문점회담과 4·27 판문점 선언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직접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밝힌 “북남관계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통해 “북남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해나가야 한다”고 천명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요컨대 김 위원장은 △근본문제부터 해결 모색 △적대행위 중지 △남북합의 성실 이행이라는 ‘3가지 기준’을 내놓으며, 화답할 의지가 있으니 남쪽에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라고 ‘조건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 비춰 보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낮다고 보기 어렵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의 현실에 비춰 나쁘지 않은 대남 기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표현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의 현 냉각 국면이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소될 일도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파국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현재 남조선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협력, 개별관광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놓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짐짓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의 현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 남조선에서는 조선반도 정세를 격화시키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공화국 모략 소동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북남관계 개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짚으며 이렇게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첨단 군사 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조선당국은)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각종 상용 무기 개발 사업에 대해 ‘도발’이라고 걸고들면서 무력현대화에 더욱 광분하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이 이를 시비하려면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고 계속되는 첨단 공격장비 반입 목적과 본심을 설득력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이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버릴 때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7차 당대회(2016년 5월6~9일) 때와 달리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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